지난 8월 법무부 단속 중 추락해 숨진 미얀마 국적의 이주노동자 딴저테이씨 단속 당일, 단속반원들도 현장 위험을 알았던 정황이 드러났다. 그간 법무부는 안전 수칙을 지켰고 본인 과실로 추락했다는 입장이었다.

‘살인단속 규탄 및 미얀마 노동자 딴저테이씨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대책위)’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딴저테이씨 사망 100일 추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5일 법무부 면담 중 지난 8월22일 딴저테이씨가 통과한 창문에 배치된 단속반원이 찼던 바디캠 녹화 영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책위와 법무부 설명을 종합하면 단속 순간을 담은 3분 길이의 영상에는 반원이 ‘위험하다’고 여러 차례 외치는 소리가 녹화됐다. 영상 끝무렵엔 바디캠을 찼던 반원이 “신고했어요”라고 누군가에게 묻기도 했다. 대책위는 이를 놓고 법무부 산하 인천외국인·출입국청 단속반이 경기 김포 건설현장에 딸린 간이식당을 낮 12시께 급습한 이날 단속이 위험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 ‘살인단속 규탄 및 미얀마 노동자 딴저테이씨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딴저테이씨 사망 100일 추모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살인단속 규탄 및 미얀마 노동자 딴저테이씨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딴저테이씨 사망 100일 추모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법무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준수했다”고 밝혔다. 딴저테이씨가 추락한 경기 김포 건설현장 단속에 대비해 사전답사와 안전교육을 했고 창문에 단속반원을 배치했다고 했다. 지난 11월20일 설명자료를 내고 “(딴저테이씨가) 1차로 정상·안전 착지한 뒤, 혼자서 구조물 너머로 다시 뛰어넘다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3차례 대책위와 기자들을 상대로 당일 영상을 공개할 때는 음소거 처리했다.

대책위는 딴저테이씨가 떨어진 지점을 제대로 조사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은 “딴저테이씨가 어떻게 추락했는지를 조사하는 게 진상규명의 기본인데, 법무부와 경찰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은 딴저테이씨가 정상 착지한 뒤 몇 발자국 이동하다 떨어졌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이를 목격했다는 단속반 소속 운전기사의 진술은 확인하지 않았다. 법무부도 딴저테이씨가 몇 발자국 움직인 듯하다면서도 떨어진 지점은 1차 착지 지점과 다르지 않다고 대책위에 밝혔다. 대책위는 “경찰은 물리적 가해가 있었는지만 확인하고, 과잉 단속을 했는지와 적절한 구조 조치를 했는지는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했다.

 

▲ 양한웅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이 17일 ‘딴저테이씨 사망 100일 추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양한웅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이 17일 ‘딴저테이씨 사망 100일 추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법무부 관계자는 “해당 영상 속 ‘위험하다’는 말은 딴저테이씨 추락 상황이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이 도망하는 것을 두고 말한 것”이고 “신고는 추락 사실이 단속반 내부에 전파된 뒤 바로 신고했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이날 “그가 한국인에게 장기 기증을 했다는 사실만 미담으로 돌아다닐 뿐, 죽은 사람은 있는데 책임자는 없다. 딴저테이씨가 사망한 지 벌써 100일이 됐지만 강제 단속은 계속되고 있다”며 법무부 해명과 경찰의 재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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