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북한담당 기자가 제일 좋은 것은 언론중재위원회에 갈 일이 없다는 것이다.”(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올해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는 동안 자연스레 언론교류활성화 제안이 이어졌다.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은 지난 9월13일 청와대 대통령 오찬에서 “남과 북의 통신사가 서로의 건물에서 상주하며 활동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6·15남측위원회 언론본부는 남북언론중재기구(가칭) 설립을 제안했다. 이들은 ‘남북언론교류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이란 제안서를 통해 “오보방지·반론보도 등 남북 언론의 불신을 제거하고, 상호 신뢰성 및 사실보도 그리고 평화와 번영을 위한 미래 지향적 보도를 강화하고자 한다”며 발족 추진 제안문을 공개했다.
하지만 남북언론중재기구 설립논의가 현 상황에선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왔다. 4일 언론중재위원회가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남북 간 오보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책’ 정책토론회에서 지금껏 북한을 아홉 번 방문한 신석호 동아일보 기자(북한학 박사)는 “북한과 언론교류는 보통의 국가 간 언론 교류의 일반성보다는 특수성이 많다는 점에서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닌, 아주 특수한 상대방이 있는 과업”이라고 밝혔다.
언론중재 제도가 기능하기 위해선 정치 체제, 언론 구조, 언론 법제의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무엇보다 남북한 언론자유의 비대칭성이 있다. 북한의 기밀법(1997년 제정)은 2조에 ‘해당 기관의 승인 없이 공개할 수 없는 중요사실’을 기밀법 대상으로 한다. 제도적으로 정보의 대외공개를 막는 북한 체제 특성상, 자칫 북한 보도 전반에 남측 언론의 자유를 스스로 속박하는 결과를 낳기 쉽다.
이와 관련 변상욱 CBS대기자는 언론중재위원회가 발간하는 ‘언론중재’ 가을호에서 “만약 북한 언론보도에 대해 남측 위원들이 증거자료나 진술을 요구할 경우 북측 위원들이 이에 응하거나 적극 조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볼 일”이라고 지적하며 “(북한은) 언론의 책무와 본령에 대한 입장도 다르고 보도내용을 판단하는 기준도 다를 것이다. 반론권의 개념 자체를 갖고 있지 않은 국가통제 언론과 언론을 통제하는 권력부서에 시정과 개선을 요구한다는 것은 명확한 한계를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주 경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는 “남한언론이 객관적·사실보도적 저널리즘을 지향한다면, 북한언론은 설득적·주의주장적 저널리즘을 지향한다. 북한에서는 그들의 언론을 예리하고 전투적인 사상적 무기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질성을 지적하면서도 “남북한 언론을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두 언론 역시 ‘통치계급의 이익을 확대 재생산하는 이념적 도구’라는 기능을 똑같이 수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맥락을 고려하면 언론의 오보를 실제 줄여나갈 계기는 정부의 대북정책이다.
현재 남측 언론은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북한 취재를 이어가고 있다. 교류 단체에 동행하는 식으로 취재에 나서거나 미국 영주권자를 통해 취재하는 식이다. 연합뉴스는 정확한 북한 취재를 위해 평양지국을 설치하고자 지국 개설 준비위원회도 만들었다. 김중배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 연구원은 이날 “연합뉴스는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역량과 의지를 갖고 있다”며 각사의 연대 하에 연합을 대표사로 하는 현지 지국 설립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