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아프리카 잠비아의 한 지역신문이 가공육 공장직원들이 여성의 나체로 만든 것처럼 보이는 고깃덩어리를 운반하는 사진을 게재했다. 중국의 가공육 공장에서 일하는 한 잠비아 여성에 따르면 중국에서 시신을 통조림으로 만들어 아프리카에 팔고 있다는 내용이다.

사례2: 20대로 보이는 남성들과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자 어린아이들이 손잡은 채 줄 지어 서 있는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졌다. 이스라엘 내 무슬림 거주지역 가자지구에서 거행된 합동결혼식에서 신부는 모두 10살 미만인 어린이라는 내용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는 SBS 뉴미디어 브랜드 모비딕에서 제작한 뉴스 리터러시 콘텐츠 ‘세젤퀴’에 나온 내용이다. 방송은 해당 내용이 허위라고 밝히며 그 근거로 기사에 등장한 사람들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 뉴스 리터러시 교육도 이런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 SBS '모비딕'의 뉴스 리터러시 콘텐츠 '세젤퀴' 화면 갈무리.
▲ SBS '모비딕'의 뉴스 리터러시 콘텐츠 '세젤퀴' 화면 갈무리.

최숙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미디어 교육학회 세미나에서 가짜뉴스를 팩트체킹하는 방식의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 뉴스를 텍스트 안에서만 다루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어떤 내러티브가 개연성과 신뢰성을 주는가. 왜 중국에서 인육 통조림을 만들고 아프리카에서 소비한다고 생각하는가. 카메라 기술이 훌륭하거나 고기가 정말 사람처럼 보여서가 아니다. 만일 노르웨이 사람에게 이런 통조림을 판다고 하면 믿었을까. 중국이니까, 아프리카니까. 편견에 기대고 있는 거다. 국제뉴스의 선정성이 어디서부터왔는지, 인육과 조혼이 왜 자극적인 소재로 소비되는지 그 의미가 배제됐다.” 허위판별 기술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믿게 되는지, 이면의 사회 현상과 이데올로기를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숙 교수는 ‘가짜뉴스’ 논란이 미디어 교육으로 이어지는 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가짜는 곧 유해하다고 단순화해 해석하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도구적으로 활용되는 역효과를 발생시킨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숙 교수는 “사실 뉴스는 단 한번도 가짜가 아닌 적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뉴스가 진짜 현실일 수 없고 생산자 의도, 이데올로기 등을 접합하지 않은 사실만을 전달한 뉴스란 없다. 그럼에도 사회에서 바람직한 이념, 신념에 대해 방향을 잡아가는 것에 대한 합의를 이야기하는 게 저널리즘과 관련한 지금까지의 논의였다”고 말했다. 

그는 딥페이크 등 기술발전에 따른 우려가 나오지만 근본적으로 기존 뉴스영상 제작 과정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조작이 가능하고, 의도를 갖고 더욱 현실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점을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 페이스북 모바일 화면. 사진=페이스북 뉴스룸.
▲ 페이스북 모바일 화면. 사진=페이스북 뉴스룸.

최 교수는 팩트체크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과 관련해 “뉴스는 감정, 이성, 이념 등 다양한 차원에서 중층적 차원에서 소비되기에 팩트체크 자체가 뉴스 신뢰성 회복의 근거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최숙 교수는 능동적 시민으로서 폭력과 불평등한 재현이 왜 나쁜 것이며, 어떠한 이데올로기가 어떠한 방식으로 작용하는지 고민하고 실천으로 이어지는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의 팩트체킹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 허위조작정보의 △개념 △정보 구별의 중요성 △구별 방법 및 실재를 가르친다면 앞으로는 △어떠한 내러티브가 개연성과 신뢰성을 주는지 △어떤 재현이 가짜에 속게 하는지 △허위조작정보가 어떤 이데올로기와 접합되어 있는지를 다뤄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세부적인 교육 내용이 △고기, 등장인물 등 신원 허위성 확인 △팩트체킹 사이트 방문 및 적용 △가이드 적용으로 이어진다면 이제는 △국제뉴스의 선정성 강화 경향 △특정 지역, 종교 혹은 특정 국가와 국민에 대한 폭력적 정형화와 혐오 △어린이와 여성의 수동성에 대한 일상화 △인육, 조혼 등 자극적 소재로 인종차별주의와 접합되는 과정을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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