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국제프로복싱대회 남북단일팀 구성이나, 대전 프로축구단과 북측 축구단 경기, 당사자는 말도 없는 옥류관 경기본점 등 말도 안되는 얘기를 하고 있다. 과연 생각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남북교류협력 사업이 당국 주도 하에 이뤄지는 가운데 무분별한 백화점식 대북사업이 경쟁적으로 제기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혁희 통일맞이 운영위원장은 26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정책포럼 2018 한반도 평화운동 평가와 과제’ 세미나에서 “무분별한 접촉 신청으로 대북접촉 신청 폭주 현상이 발생하나 이를 수용할 능력도 여력도 없는 상황이며 거의 600건에 육박하는 대북사업 중에 다수의 중복 사업이 존재하는 등 무질서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 같은 대북 사업 러시는 오히려 당국의 통제론에 빌미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대북 특사, ‘봄이 온다’ 문화 공연 등 당국 주도의 남북교류는 폭넓게 추진된 반면, 남북 민간교류는 당국 간 교류의 부수적 교류로 취급돼 오히려 축소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경쟁식 대북 사업 제안이 쏟아지는 것도 당국이 민간교류를 통제하는 빌미를 제공해 민간교류가 축소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8년 당국 차원의 규모가 큰 남북교류 현황만 41건이다. 남북 민간교류 현황은 작은 행사를 모두 끌어 모아도 11건에 그쳤다. 이혁희 운영위원장은 “당국 간 접촉은 과도했다라고 말은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 반면 민간의 접촉은 비대칭적으로 이뤄지고 일상화됐다”며 “근본원인은 기본적으로 민간을 파트너로 보지 않은 인식과 경색된 남북관계가 풀리는 과정이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 민간의 ‘선의’에 대한 노골적인 현상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해왔던 선별 허용 정책도 문재인 정부 들어 바뀌지 않았다. 6·15 의장단 회의 참가 신청자 5명,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연대 및 상봉대회 참가 신청자 4명, 7·27 개성공단 사업자는 방북이 불허된 바 있다.

특히 지난 10·4 평양민족공동행사 준비 과정에서 혼란이 빚어지면서 이에 대한 쓴소리도 나온다. 지난 2005년 10·4 선언 행사가 민간단체 주도로 이뤄지고 당국이 따라오는 형식이었다면 올해 민족공동행사는 방북 명단 문제에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6·15 공동선언남측위원회의 민족공동행사 대표성 문제로 이견이 보이면서 당국은 노무현 재단에 행사 주도권을 넘겼다. 노무현 재단은 다시 통일부에 공을 넘기면서 통일부 주도 하에 방북 명단이 작성되면서 관 주도 성격의 행사가 돼버렸다.

이혁희 운영위원장은 “10·4 평양민족공동 행사 시 6·15 공동선언남측위원회 중심의 교류가 새로운 시대에 맞지 않다고 하는 단위들이 짜놓은 틀 안에서 교류하지 않겠다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주도권이 반대로 통일부와 노무현 재단으로 넘어가면서 6·15 남측위는 거꾸로 극소수 대표단만 참여시킨 상황이 돼버렸다”고 쓴소리를 내놨다.

▲ 26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운동 평가와 과제' 세미나
▲ 26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운동 평가와 과제' 세미나

이혁희 위원장은 “청와대 일각에선 ‘민간의 아마추어리즘으로는 더 이상 국민의 눈 높이를 맞출 수 없다’고 까지 하며 ‘관 주도 세련된 남북교류 대 민 주도 낡고 고루한 남북교류’라는 프레임까지 서슴없이 드러내는 실정”이라며 “관 주도의 남북교류로는 전체 남북교류의 0.001%로 채울 수 없으며 시민 참여 없는 행사식 남북교류로는 남북연합 진입을 위한 ‘넓고 깊은 남북교류’를 만들 수도 없다는 점을 더 늦기 전에 당국이 인식하도록 해야 할 책무가 시민사회에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 민간교류 활성화 대안으로 남북간 소통 채널로 이미 가동 중인 개성공동연락사무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연락사무소가 당국간 협력 창구 역할로 축소돼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협상애 나서 연락사무소에 ‘시민사회당당관’을 두고 남북 민간 교류의 활성화를 위한 물꼬를 터야 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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