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국민투표에서 2025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정지하는 법안을 폐기하는데 찬성하는 결과가 나오자 조선일보와 매일경제 등 국내 주류 언론은 우리 정부만 탈원전 정책을 편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대만 정부는 탈핵정책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물리적으로 현재의 원전 수명이 끝나는 2025년까지 4기의 원전이 모두 정지되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돼 있다. 이번 투표와 무관하게 2025년까지 대만은 핵없는 국가가 된다.

대만 중앙통신사 CNA는 25일자(현지시각) 뉴스 ‘以核養綠公投過關 政院:2025非核家園目標不變’를 통해 “以核養綠(핵으로 녹색을 키운다는 뜻으로, 이번에 국민투표를 추진했던 그룹의 이름)의 국민투표 결과와 관련해 행정원(대만 정부) 코라스 요타카 대변인(발언인)은 전기사업법 제95조 제1항이 3일 이내에 실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1, 제2, 제3 핵발전소의 상업운전 연장과 공사가 중단된 제4 핵발전소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사에 따르면 코라스 대변인은 2025년 비핵가원(핵발전소 없는 국가) 목표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각) 실시된 대만 국민투표에서 제16안인 ‘모든 핵발전소를 2025년까지 전부 운전정지한다’는 전기사업법 제95조 1항의 폐지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투표자 가운데 54.4%(589만5560명)가 동의했고, 37.1%(401만4215명)가 부동의했다. 이에 따라 유효 동의자 비율이 29.8%(25% 이상이어야 통과)여서 모든 원전의 정지 조항 폐기가 통과됐다.

이를 두고 국내 주류 일간지들은 전세계가 탈원전 흐름으로 가고 있다는 정부가 틀렸다며 원전 정책을 바꾸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26일자 사설에서 “(우리 정부는) 탈원전이 마치 세계적인 대세인 것처럼 국민에게 선전해왔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오히려 반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국과 프랑스 일본을 사례로 들었다. 조선일보는 영국의 경우 오는 2025년까지 원전비율을 22%에서 30%로 늘리기로 했고, 프랑스는 애초 2025년까지 원전비중을 75%에서 50%로 낮추기로 했다가 2035년까지로 연기했다고 썼다. 일본을 두고 조선은 “원전 재가동과 수명 연장 조치에 이어 최근 미국과 원자력 에너지 연구협력 강화 각서까지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8월과 11월 실시된 원자력학회 설문조사에서 국민 70% 안팎이 원전에 찬성했다고 썼다.

매일경제도 같은 날짜 사설에서 “대만이 친원전으로 복귀하면 아시아에선 한국만 탈원전 국가로 남게 된다. 일본은 이미 후쿠시마 트라우마를 털고 원전 국가로 복귀했다”며 “(우리의 경우) 원전 가동을 줄인 후 한전이 수조 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우려했던 부작용은 현실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보도를 두고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언론의 지나친 호들갑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번 대만 국민투표 결과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 탈원전 정책 무너질 것이라고 하는데, 이번 투표는 탈원전 정책에 대한 것이 아니라 2025년까지 모든 핵발전소를 멈추자는 조항을 없앨 것인지 말것인지에 대한 투표”라며 “이를 없애기로 했지만, 앞으로 2025년까지 원전이 한 기도 남지 않게 되는데, 여기서 (한기라도) 늘어날 가능성이 물리적으로 없다”고 말했다.

▲ 지난 25일자 대만 자유시보 온라인 기사. 사진=자유시보 갈무리
▲ 지난 25일자 대만 자유시보 온라인 기사. 사진=자유시보 갈무리
현재 대만은 제1발전소(진산 1호기, 2호기)가 영구폐쇄됐으며, 제2발전소(가오슝 1호기, 2호기)와 제3발전소(만샨 1호기, 2호기) 등 4기가 운영중이다. 제4발전소(룽먼 1호기, 2호기)는 아직 건설중이다. 제2, 제3 발전소 모두 수명이 30년을 넘었으며 2025년까지 수명이 끝난다.

이헌석 대표는 “현 대만의 핵발전소들이 다 30년이 넘어서 마지막 발전소 수명이 끝나는 시점이 2025년이므로, 추가로 새로 신청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으로 7년 안에 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심사만 해도 몇 년이 걸린다. 또한 대만 정부가 법을 없애더라도 탈원전 정책인 ‘비핵가원(핵발전소 없는 국가)’에는 변함이 없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새 원전을 2025년 이전에 다시 돌릴 상황이 못된다. 원자력계에서 반격을 한 것은 맞지만, 대만의 탈핵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탈원전 폐기를 투표로 결정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적어도 2025년까지 탈원전을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다만 오는 2020년에 대만 총통선거에서 다시 탈핵과 친핵 진영이 이 문제로 붙게 될 것이고, 탈핵 논쟁은 다시 시작되는 것”이라며 “2025년은 힘들겠으나 그 이후 장기적으로는 원전을 다시 건설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일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프랑스 일본이 다시 원전가동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조선일보 주장을 두고 이 대표는 “일본은 탈원전 정책을 선언한 적이 없다. 아베가 핵발전소를 재가동하겠다는 것이지만, 기존의 정책이 유지되는 것이다. 핵발전 비중은 후쿠시마 이전엔 50개가 넘었으나 지금은 10개도 채 되지 않는다. 프랑스의 경우 원전축소 기간 연기를 검토하는 것은 맞지만 시기의 문제일 뿐 핵발전소를 줄이겠다는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영국은 핵발전소 확대의 야심찬 계획을 세웠지만 도시바 뉴젠과 같은 사업권자가 망했다. 나라마다 상황들을 지켜보면 원자력계의 원전 부활은 희망사항일 뿐 관철되기가 힘들다”고 주장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처장도 26일 “대만 내 국민당과 민진당의 정쟁의 이슈인 이 사안에 국내 언론이 경거망동을 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대만의 원전제로와 에너지전환은 우리와 비교할 수도 없고 이미 비가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083년 원전제로를 선언한 우리나라 정부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고 평가했다.

▲ 지난 25일자 대만 중앙통신사 CNA 온라인 기사. 사진=CNA 홈페이지 갈무리
▲ 지난 25일자 대만 중앙통신사 CNA 온라인 기사. 사진=CNA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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