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회계법인 노동조합이 생겼다. 삼일회계법인 노동자들은 16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산하에 지부를 설립하고 황병찬씨를 초대 지부장으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1971년 설립 이후 48년 간 무노조로 경영했다. 이곳은 1800여명의 회계사가 근무하고 있는 국내 최대 회계법인이다. 삼일회계법인에서 노조를 만든 만큼 다른 회계법인에서도 노조 설립이 이어질 전망이다.

▲ 삼일회계법인
▲ 삼일회계법인

노조 설립의 도화선은 사측이 근로자대표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하는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근로자 대표를 선출하려 지난 7일부터 사흘 간 투표를 진행했다. 하지만 투표권자의 과반 찬성을 받지 못해 대표자를 뽑지 못했다. 노조는 근로자 대표를 선출하지 못한 배경이 “회사에서 사측 입장을 수용할 인물을 후보로 내세웠기 때문”이라고 봤다.

또한 삼일회계법인지부는 노사가 합의한 시간만 노동시간으로 인정하는 재량근로제를 시행할 경우 사측이 대체휴무나 급여를 보전할지 회계사들이 의구심을 가져 선거가 파행으로 갔다고 봤다.

대형 회계법인의 회계사들은 감사 업무가 몰리는 1~3월과 7~8월에 주 80시간 이상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재량근로제를 도입하면 포괄임금제(시간외근로 수당을 임금에 포함해 일괄 지급)를 적용하는 회계법인들의 회계사 임금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 황병찬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삼일회계법인지부장
▲ 황병찬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삼일회계법인지부장

삼일회계법인지부는 성명에서 “이런 부당함을 향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우리의 의견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체가 필요했다”고 노조 설립 이유를 밝혔다.

황병찬 지부장은 “우리 노조는 무조건 회사와 싸우는 조직이 아니다”라며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합리적인 선을 찾아 합의할 수 있는 단체가 되고자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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