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측이 MBC ‘PD수첩-장자연’ 편 방송이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강지웅 PD수첩 CP와 한학수 PD 등 제작진에게 3억 원, 회사를 상대로 3억 원의 손해배상과 정정 보도를 청구했다. 방송 3개월만이다. 오랜 갈등관계를 이어온 조선일보와 MBC는 결국 고 장자연씨를 중심으로 사실상 전면전에 돌입했다.
앞서 PD수첩은 7월24일자와 7월31일자 ‘故장자연’ 1‧2편을 통해 경찰의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등 방씨 일가가 2009년 사건 당시 제대로 된 경찰수사를 받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파장은 컸다.
방송 직후인 8월1일 조선일보는 경영기획실장 명의로 공식입장을 내고 “조선일보는 당시 수사팀에 대해 어떠한 압력도 행사한 사실이 없다. 또한 당시 이동한 조선일보 사회부장은 PD수첩 인터뷰에 등장한 조현오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을 만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시킬 수도 있고 정권을 퇴출시킬 수도 있다’며 조 전 청장을 협박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조선일보는 “조 전 청장의 일방적인 진술을 보도한 MBC PD수첩 뿐 아니라 허위 사실을 주장한 조 전 청장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MBC내부에서는 내심 소송을 기다렸다는 분위기다. PD수첩과 조선일보간의 소송전이 또 하나의 사건으로 언론에 보도되는 가운데 사건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새로운 사실과 증언이 재판과정에 등장할 수 있어서다. 반면 조선일보는 또 다시 관련 이슈가 불거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감안하고서라도 MBC와 소송전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소송에 나서지 않으면 PD수첩의 의혹제기를 받아들이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PD수첩 방송 일주일 뒤인 8월9일자 지면에서 ‘급기야 1%대 시청률…지상파 뉴스의 추락’이란 기사를 내고 MBC의 경쟁력 하락을 강조했으며 국정감사 기간이던 지난달 26일에는 ‘MBC, 간부가 평사원의 2배’란 제목의 기사를 내며 MBC경영진을 정조준했다. 이 신문은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 주장을 인용해 △최승호 사장 등 간부급 인사가 100% 노조 출신이고 △직급 조정으로 간부와 평사원 비율이 2대1이며 △최 사장이 해직 시절 언론노조로부터 ‘신분보장기금’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MBC는 모두 사실과 다른 왜곡보도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MBC와 조선일보의 갈등은 김대중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MBC는 언론개혁과 신문고시 등 이슈를 적극적으로 다뤘다. 2001년 4월12일자 MBC ‘100분토론’에서 ‘신문고시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란 주제의 토론이 진행되자 이틀 뒤 조선일보는 ‘토론의 기본 안 지키는 TV사회자’란 제목의 사설을 내고 사회자 유시민씨가 “신문고시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으로서…”라며 편파진행 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었다. 조선일보는 유시민 씨에게 1000만원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하고 “MBC와 유시민씨에게 유감의 뜻을 표한다”는 정정보도문을 실었다. 기본적인 팩트 확인도 못하고 사설을 쓸 만큼 당시 MBC에 대한 조선일보의 적대감은 상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