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오는 11월 중 교체한다는 언론보도가 또 나왔다. 청와대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했지만 과거 교체설 보도대응과 비교하면 사실상 교체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MBC는 31일 <“김동연·장하성 교체한다”…후임자 검증 착수> 리포트에서 “경제 위기를 알리는 지표와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현 정부의 양대 경제 사령탑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그리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해서 결국 교체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MBC는 청와대 관계자 말을 빌려 “교체 방침이 정해졌고 이미 인사와 민정라인에서 후임자 인선 및 검증에 착수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두 사람의 교체는 기정사실화됐고 교체 시기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MBC 보도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점이 눈에 띈다. 여권발 교체설은 많았지만 청와대 관계자가 등장해 교체설을 확인해주는 보도는 많지 않았다.

연합뉴스도 “청와대가 김동연 부총리 겸 재정기획부 장관을 교체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이르면 11월, 늦어도 연내 발표를 목표로 후임 인사검증에 들어간 것으로 31일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연합은 “정부와 여권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등에 대한 인사검증 절차에 착수했다. 이는 김 부총리 후임 물색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김 총리의 후임으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지목했다. 후임자가 정해질 정도로 교체 진행 작업이 진척돼 있다는 뜻이다.

▲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 연합뉴스
▲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 연합뉴스
연합은 여권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홍 실장이 검증에서 결격사유가 발견되지 않으면 다음 달에 발표하는 안을 청와대가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장하성 정책실장 역시 적절한 교체 시기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인사에 관련된 내용은 전적으로 대통령께서 결정하실 내용인데, 대통령의 결심이 서지 않았고, 결정을 내리신 바가 없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저희들이 발표를 안 했는데 언론이 쓰고 있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를 하라는 것인지, 자체를 잘 모르겠다. 난감하다”는 말까지 했다.

김 대변인 발언을 통해서 본 청와대의 입장은 과거 교체설 보도대응과 비교하더라도 교체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불과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 경향신문은 “청와대가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사진)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오른쪽)을 동시에 교체키로 하고 후임 인선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사실상 경제수장 교체가 결정돼)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 교체 여부를 논할 시기는 이미 지난 것으로 안다”는 여권 고위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당시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김동연 장하성 교체설은 전혀 들어본 바 없다”고 밝혔다.

중앙일보가 지난달 11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을 연말에 동시 교체하는 것을 문재인 대통령이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청와대는 “명백한 오보”라고 했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어제 중앙일보에서 청와대 공식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가 왔는데 그에 대해 분명히 ‘아니다, 사실무근이다’라는 점을 밝혔음에도 1면 톱으로 그렇게 쓴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명백한 오보라거나 들어본 바 없다는 교체설에 ‘대통령의 결심이 서지 않았다’라는 반응을 보인 것은 교체가 임박했다는 뜻으로 충분히 해석 가능하다.

두 사람의 동시 교체는 경제 수장을 한꺼번에 갈아치우는 모양새가 돼 소득주도성장 기조변화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어 청와대는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두 사람의 동시 교체가 그동안 제기됐던 갈등설을 인정하는 듯하게 내비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관계자와 여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교체설을 기정사실화하는 보도가 나오는 것은 경제 수장 교체에 따른 여론을 살피기 위한 작업일 가능성도 있다. 각종 경제지표 수치가 하락하고 여론이 악화되는 시점에 경제수장 교체 카드가 쇄신책이 될지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