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관(冗官: 쓸데없는 관리)을 줄인다는 것은 무엇을 말함이겠습니까? 관원이 번잡하게 많으면 정사만 방대해집니다. 지금 관아를 보면, 전혀 맡은 직무가 없는 곳이 있습니다. 이런 곳은 전부 없애야 합니다. 똑같은 직무를 나누어 맡은 곳이 있습니다. 이런 곳은 합쳐야 합니다. 인원은 많고 일은 없는 곳이 있는데, 이런 곳은 줄여야 합니다.” 이 말은 균역법(均役法)을 완성해 가던 호조판서 박문수(朴文秀)가 1750년(영조 26년) 7월3일에 임금에게 아뢴 내용 중 일부이다.

▲ 박문수 초상.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 박문수 초상.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조선 제21대 왕 영조는 즉위 후 곧장 노론에게 정권을 맡겼다. 하지만 왕의 기대와 달리 집권 노론은 반대당의 숙청에 치중했고 그 결과 정국은 경색되었으며, 무신난(戊申亂: 이인좌의 난)까지 일어났다. 이후 영조는 다시금 노론 강평파를 물리치고서 소론에게 정국을 맡겼지만, 노론과 소론 중 온건한 자들을 중심으로 자신과 사돈을 맺어 확고한 정치기반을 마련해 준 뒤 그들에게 탕평 추진을 일임했다. 결국 1740년(영조 16년) 영조 자신을 지지하다 죽은 노론사대신(老論四大臣)이 충신으로 인정되는 경신처분(庚申處分)으로 노론의 정치 명분이 확립되면서부터는 소론과 소수 남인이 참여하는 이른바 ‘노론 탕평’이 이루어지면서 정국이 안정되었다.

영조는 탕평의 가시적 성과를 민생문제로 드러내고자 했다. 그것이 바로 1750년(영조 26)에 포2필을 납부하던 양역(良役) 제도를 포1필로 균일화시킨 균역법(均役法)이다. 양역이란, 역역(力役: 노동력의 징발)의 징발과 국가 재정의 확보를 위해 16세 이상 60세까지의 양인(良人)에게 부과하던 신역(身役)을 말하는데, 조선 후기에는 이것이 베[布]나 곡식으로 대신하면서 국가재정의 큰 몫을 차지하는 부세(賦稅)가 되었다. 영조가 양역을 개선한 이유는 백골징포(白骨徵布), 황구첨정(黃口簽丁) 등으로 알려진 민폐 때문이었다. 양역의 개선은 북벌을 추진하던 효종 때부터 그 논의가 시작되었지만 왕실과 기득권층의 반발로 인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가 탕평으로 정국을 안정시킨 영조에 의해서 전격적으로 시행되었던 것이다.

▲ 영조 어진.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 영조 어진.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양역을 절반으로 줄여버리는 획기적인 균역법의 시행은 필연 재정의 결손을 초래했는데, 당시 그 액수가 약100만냥 정도였다. 영조와 탕평파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감혁(減革)이라고 하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바로 군사기구였던 영(營)과 진(鎭)을 통폐합하면서 소속된 군사의 수를 약 2만 여명이나 줄이는 한편, 부족한 재원 확보를 위해서는 왕실 귀족에게 지급되었던 어염선세(魚鹽船稅), 수령이 사사로이 쓰던 은여결세(隱餘結稅) 등을 국고로 돌리게 했다. 그리고 이 제도의 폐단이나 문제점에 대한 백성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직접 궁궐 정문에 올라가 백성들의 의견을 듣기까지 했다.

유치원 비리 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비리 유치원을 탓하기 전 그동안 국고를 지원하면서 관리 감독을 안 한 자들은 누구인가? 누리과정, 유치원교육과정이 특별히 다른 게 무엇이라고 소관 부처는 제각각인가? 학령인구, 경제활동인구는 급격히 줄어가는데, 국민의 혈세로 급여를 받는 공무원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다. 학력과 학벌지상주의가 이제는 너나 나나 공무원이 되기를 원하는 공무원지상주의로 변해가고 있다. 나라가 망할 징조인가?

▲ 지난 10월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사립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박 의원이 토론을 무산시키려는 전국 사립유치원 운영자·원장들의 협의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 회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지난 10월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사립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박 의원이 토론을 무산시키려는 전국 사립유치원 운영자·원장들의 협의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 회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유치원 비리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먼저, 관리감독이라는 직무를 소홀히 한 교육청, 교육감, 교육부 등 당국이 대국민사과와 함께 비리에 연루된 담당자를 과감히 퇴출하는 중징계를 단행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그나마 비리 유치원을 탓할 명분이라도 있는 것이다. 그저 정년보장이라는 따뜻한 온실 속에 있는 공무원은 물론이고, 선출직으로 당선된 교육감들도 최소한의 염치는 있어야 할 것이다. 맹자(孟子)가 말한 ‘백성들이 죄에 빠지기를 기다린 뒤에 그들을 벌 준 다면, 그것은 백성을 그물질하는 것’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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