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개발단지 추진 과정에서 국유지 헐값 불하 논란을 산 금속·탄약 제조업체 풍산이 추가 특혜 의혹을 사고 있다. ‘군수산업 목적을 폐기하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계약서 조항이 이후 삭제된 사실이 확인됐다. 부산 시민사회에선 “국가재산으로 재벌 이익을 불려주는 개발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15일 공개한 군수사령부와 풍산 간 국유재산 매매계약서(1981년 12월31일자)와 합의서를 보면, 양자는 “을(풍산)이 매매 계약 후 지정된 군수산업 목적을 폐기했을 때 갑(군수사령부)은 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특약조항을 맺고 등기됐다. 당시 조병창(무기 제조·저장·보급소) 부지였던 27만평 규모의 이 땅은 3년 거치 후 7년 균등 분할상환 조건으로 모두 259억원에 풍산에 매각됐다.

▲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두환 정부 군수사령부와 풍산 간 조병창 부지 매매 계약서와 합의서를 공개했다. 사진=김종훈의원실
▲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두환 정부 군수사령부와 풍산 간 조병창 부지 매매 계약서와 합의서를 공개했다. 사진=김종훈의원실

풍산 부지 특혜 논란은 서병수 전 부산시장이 ‘센텀2지구 첨단산업단지 조성사업’을 가시화하며 불거졌다. 풍산 부지(101만㎡)가 전체 개발부지(195만㎡)의 절반을 차지하는데다 풍산 부지는 방위산업 목적으로 불하받은 국유지였다. 공장 부지 및 건물 30여 개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그린벨트 개발제한에 묶인 땅이다. 부산 시민사회·환경·노동단체 40여개가 ‘센텀2지구 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반대운동을 하고 있다.

대책위는 풍산이 가져갈 시세차익만 5천억원이 넘는다고 본다. 부산 KBS에 따르면 개발단지 땅 매입 보상금 1조원 중 5천억원 가량이 풍산 땅 매입에 배정됐다. 풍산 부지는 부산시 그린벨트 총량 13.78㎢의 13%에 달해 현실적으로 그린벨트 지정 해제가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많다.

대책위 소속 노정현 민중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계약서 공개 기자회견에서 “전두환 정부의 완벽한 헐값 매각이었다. 27만 평의 국유지와 그에 속한 모든 부동산, 각종 장비, 운영자재, 사업권을 수의계약으로 259억원에 매각했다”고 말했다.

노정현 위원장은 “1988년 ‘5공 비리 청문회’ 때 고 노무현 대통령이 증인으로 부른 고 유찬우 풍산회장은 34억5천만원 정치자금 상납했다고 밝혔다. 1982년 전두환 정부의 헐값 불허 배경이었다. 이후 1987년 군사보호지역에서 해제됐고 2004년 그린벨트 조정 가능 지역으로 지정됐다”고 주장했다.

노 위원장은 “이번에 공개된 계약서·합의서는 풍산에 장기간 이어온 특혜 의혹을 구체화한 것으로 의미가 있다. 특약사항 해제와 관련해 풍산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비위 혐의가 확인되면 국방부장관 등 관련자들을 고발조치 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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