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보니 태양광 패널이 중금속 덩어리라던데, 여러분들은 집에 그런 것을 설치하실 건가요?”

작년 10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합숙토론에서 어느 시민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반대 패널에서 이런 질문을 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던 2017년. 핵산업계와 일부 보수언론은 태양광 패널이 납, 크롬, 카드뮴 같은 중금속 덩어리라는 주장을 펼쳤다. 타임스가 선정한 환경영웅이라는 ‘환경진보(EP)’ 대표의 말을 인용하며, “태양광 패널의 독성이 핵발전의 300배 이상”이라는 보도가 계속 이어졌다. 이런 보도를 보고 한 시민이 질문을 한 것이다.

답변은 간단했다. “예. 이미 저희 집에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중금속 덩어리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입니다.” 태양광 패널이 중금속 덩어리라는 표현은 너무 허황된 표현이라 나는 당시 이런 논란은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잘못된 생각이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끝나고 1년이 지난 지금도 언론엔 ‘중금속 범벅 태양광 패널’ 같은 표현이 계속 나온다. 이들 언론은 국내에서 사용 중인 태양광 패널엔 크롬이나 카드뮴 같은 중금속은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납은 전선을 연결할 때 사용하는 정도(중량대비 0.1% 이하)라는 사실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태양광 패널 유해성을 처음 말한 환경단체 - ‘환경진보’는 사실 대표적인 핵발전 진흥단체이며, 300배 이상의 독성 등 내용은 관련 논문 한편 없이 해당 단체 블로그에 올려진 내용에 불과하다는 것 역시 말하지 않는다.

▲ 지난해 9월14일 서울 시청 광장에서 개막된 2017 서울 태양광 엑스포에서 한 중소기업 출품한 태양광 패널 클리너가 시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해 9월14일 서울 시청 광장에서 개막된 2017 서울 태양광 엑스포에서 한 중소기업 출품한 태양광 패널 클리너가 시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 사이 태양광 괴담은 계속 발전을 거듭해 왔다. 이제 태양광 패널은 단순한 ‘중금속 범벅’이 아니라, 토양은 물론 수질까지 오염시키는 ‘유해물질’이 되고 있다. 잘못된 정보로 일부 주민들이 반발하고, 정치권은 이를 다시 정부 에너지정책 비판에 사용한다. 언론은 이를 다시 보도하는 악순환이 1년째 계속되고 있다.

undefined

더 문제인 것은 이 과정에서 ‘탈원전 반대’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어김없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유사과학이나 도시괴담 등 비과학적 사실을 바로 잡아야할 이들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오히려 괴담을 확산시키는 모습은 우리사회의 또다른 비극이다.

태양광 발전은 만능이 아니다. 과거 추진되었던 임야 태양광으로 인한 환경파괴, 토지형질 변경을 기대한 투기논란, 농촌 공동체를 파괴하는 일부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의 전횡은 근절되어야 한다. 더 적절한 규제정책과 가이드라인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장소 또한 되도록 건물 옥상이나 주차장, 저수지, 도로 인근 등 미활용부지를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30년 뒤 급증할 태양광 폐패널의 수거·재활용 정책 역시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해야 할 것들이다. 분산형 전원에 걸맞는 송배전망 개선 등 기술적 변화도 많이 필요하다. 

undefined

▲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지금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에 필요한 것은 근거 없는 ‘태양광 괴담’이 아니라 이런 것들이다. 진정한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생각하는 전문가들이라면, 이제 이런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