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7일, 나를 사로잡은 두 가지 인상 깊은 기자 브리핑 장면이 있었다.

# S1

한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 데뷔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파울루 벤투(49) 감독은 뜻밖의 발언으로 모두 발언을 채웠다. 그가 데뷔전 기자회견(9월7일) 보다 앞선 취임 기자회견(8월23일)에서 ‘소속팀 활약을 중시한다’는 자신의 발언이 통역 오류로 잘못 나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 지난 9월6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한국 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코스타리카와의 친선경기를 하루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마이크를 조정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9월6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한국 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코스타리카와의 친선경기를 하루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마이크를 조정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선수 선발 기준에 대해서,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다. 크게 첫 번째로 선수의 능력, 두 번째로 경기력, 세 번째는 대표팀의 필요성이다. 확실히 말하고 싶은 것은 간혹가다 선수가 소속팀에서 본인이 희망했던 것보다 출전 기회를 적게 얻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때에 따라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선발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말하고 싶다. 과거에도 소속팀에서 활약이 부족한 선수, 또는 없는 선수는 대표팀에 올 수 없다고 말한 적은 없고 (앞으로) 그렇게 말할 일도 없을 것 같다.”(SPOTV 뉴스, 9월7일)

# S2

서울 동작구 상도동 유치원 건물 붕괴 현장. 사고 브리핑을 한참 이어가던 동작소방서 팀장에게 난데없는 기자들의 ‘지시’가 쏟아졌다. “저기, 앞에 나와서 하시면 안 돼요?” “왜 자꾸 뒤로 들어가세요?” 눈이 동그랗게 된 팀장은 우물쭈물하다 상황판 앞을 헤매다 끄트머리에 섰다. “아니 정면으로” “아니 이쪽으로” 기자들의 음성으로 오디오가 뒤섞였다. 눈살이 찌푸려졌다. ‘메신저’가 ‘메시지’를 가린 이날의 촌극은 YTN 생중계를 통해 고스란히 TV로 전달됐고, 이후 포털과 SNS를 통해 고스란히 온라인으로 공유됐다. ‘또 이놈의 기레기들’이란 댓글이 쏟아졌다. 사고 현장에서 듣고 싶은 건, 현장 브리핑의 내용이지 현장 기자들의 ‘갑질’스러운 소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 지난 9월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건물이 갑자기 기울어진 가운데 동작소방서 관계자가 현장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9월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건물이 갑자기 기울어진 가운데 동작소방서 관계자가 현장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의 미디어는 지엽적인 부분에 집착한다. 소위 ‘좋은 그림’을 찾기 위해, 또는 ‘이야기되는’ 혹은 ‘물 먹은 거 반까이’(특종을 놓친 보도를 만회하는 보도)를 위해 위에서 아래로 쪼고 또 쫀다. 그러다 보니, 현장 기자들은 지엽적인, 너무도 지엽적인 것에 천착한다. 이것을 ‘디테일’이라 착각하는 데스크가 있다. 그러다 정작 ‘크로스 체킹’을 놓치고 출고되지 말았어야 할 ‘오보’가 나온다. 한국경제가 게재 6시간 만에 내린 <“최저임금 부담” 식당서 해고된 50대 여성 숨져>(8월24일) 같은 기사도 마찬가지다. 이후 <“한경은 가짜뉴스를 만들지 않았습니다”>(8월29일)라는 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 때문인지 사유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대전 둔산경찰서 관계자의 말을 굳이 무시하고 보도한 한경의 미필적 고의만 도드라졌다.

미디어는 수용자에게 정보를 왜곡하지 않고 전달해야 한다. 잘못했다면, 사과하고 정정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그럼 점에서 벤투 감독은 꽤 괜찮은 커뮤니케이션을 선보였다. SPOTV 뉴스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벤투 감독 본인과 코칭스태프가 ‘미디어를 존중한다’는 말을 앞서 했고, 기본적으로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시다”며 “중요한 건, 감독님께서 오해를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그러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이 대표팀 안팎의 선수들은 물론 소속팀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나아가 미디어로 인해 확대 재생산될 경우 소모적 논쟁을 벌여야 하는 것까지 내다보고 정정했을 것이다.

한국의 언론 환경이 녹록치만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잘못이 정당화 되지 않는다. 언론의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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