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발언으로 명예훼손 재판에 넘겨진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이 1심 무죄를 선고받자 검찰이 항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경진 판사는 지난달 23일 고 전 이사장 발언은 사실 적시가 아니라 의견을 표명한 것이고, 문재인 대통령을 모욕할 의도가 없었다며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 “공산주의나 공산주의자가 갖는 사회적 의미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공산주의자가 일반적으로 북한과 연관 지어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는 사정만으로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이 허위·진실 여부를 증거에 의해 가릴 수 있을 정도로 확정적 의미를 갖는 ‘사실의 적시’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김 판사는 “고영주 발언에 담긴 견해에 대한 옳고 그름 판단도 모든 시민이 사회적 공론장에서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해 상호 검증과 논박을 거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정치인과 같은 공적 인물 평가는 일반 국민들 각자에 의해 이뤄질 수밖에 없다. 형사법정에서 개별 정치인 사상, 세계관, 정치 철학 성격을 규정짓는 건 능력과 권한을 넘는 일”이라고 했다.

▲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기소와 공판을 담당한 노선균 검사는 지난달 27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5일 오후 “공안검사로 활동한 적 있는 피고인의 발언 취지는 일반인과 분명 차이가 있다”며 “법원 판결은 그런 차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고 전 이사장은 지난 2013년 1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회의장에서 열린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하례회’에서 “문재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부림사건 변호인으로 활동하면서 부림사건 관련 인맥이 됐다. 노무현 정권 하에서 청와대 비서실에 근무하면서 제가 검사 시절 부림사건을 담당하는 등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려고 한 것에 불만을 품고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한 뒤 “부림사건 관련 인맥은 전부 공산주의 활동을 하던 사람이기 때문에 문재인도 공산주의자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건 시간 문제”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부림사건은 1980년대 전두환 군사 정권의 대표 용공 조작 사건이다. 부산 지역 독서 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으로 감금, 폭행, 고문하고 공산주의자로 조작했다. 지난 2014년 재심사건 상고심에서 일부 피해자들은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2013년 신년하례회에서 나온 고 전 이사장 발언은 사실관계가 잘못됐다. 문 대통령은 부림사건 당시 변호인은 아니었다. 1999년 부림사건 피해자들(2012년 재심을 신청해 2014년 무죄 선고받은 또 다른 피해자들에 앞서 1999년에도 재심 청구가 있었다)이 재심을 청구할 때부터 관여했다. 

이와 관련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고 전 이사장 발언이) 1982년 부림사건 변호인이었다는 건지 재심 당시 부림사건 변호인이었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특정한 적 없을 뿐 아니라 부림사건 변호인이었다는 사실 자체가 문재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내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고 전 이사장은 1심 판결 후 “이번 판결은 양심과 소신에 따른 판결이었다. 사법부가 (좌파 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에서 편파 판결이 많았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바로 섰으면 한다. 다른 판사들도 용기를 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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