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등 주류 일간지들이 규제프리존 등 규제완화 법안 반대 입장을 내놓은 참여연대에 대해 ‘권력위의 권력’ ‘권력의 정점이라 착각한 것 아닌가’ ‘권력 지분의식’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잘못된 정책에 반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시민단체의 당연한 임무라며 공개적이고 분명한 입장 발표를 ‘권력위의 권력’이라는 주장은 언어도단이라고 반박했다. 참여연대는 동아일보 등이야말로 정부정책에 감놔라 배놔라하지 말라고 하면 안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동아일보는 5일자 사설 ‘“규제혁신 말라”는 참여연대, ‘권력 위의 권력’인가’에서 참여연대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규제혁신과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법 등을 반대한 것을 두고 “이번처럼 규제개혁 법안을 통째로 반대과제로 규정하며 정부 행보에 노골적으로 딴죽을 걸고 나선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며 “‘권력 감시’의 수준을 넘어선 ‘권력 개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동아는 지난해 정부 출범 직후 ‘북한이 참여하는 천안함 재조사’ 등 황당한 내용이 포함된 ‘9대 분야, 90개 과제’를 여당에 들이밀 때부터 그랬다며 현 정부 들어 ‘권력 위의 권력’처럼 행동해 왔다고 주장했다.

동아는 청와대의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과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김성진 사회혁신비서관이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 강병구 재정개혁특위 위원장에 박원순 서울시장을 들어 “참여연대 출신이니 스스로 권력의 정점에 있다고 착각한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동아일보는 “아니면 정부 출범에 기여했다는 지분 의식 때문인가. 정권을 바꾼 촛불 민심이 마치 자신들의 전유물인 양 국회는 물론 청와대와 정부에도 감 놔라, 배 놔라가 도를 넘었다”고 썼다.

동아는 “전 세계가 핀테크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대에 인터넷은행의 은산분리 완화를 두고 여전히 ‘재벌 사금고’ 운운하는 논리도 수긍하기 어렵지만 규제를 금과옥조(金科玉條)로 붙들고 있는 행태도 혁신을 추구하는 시민단체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며 “‘권력의 파수꾼, 시민의 대변자’라는 초심(初心)은 어디로 갔는가라”고 되물었다.

서울경제도 같은 날짜 사설 ‘시민단체가 이젠 국정방향까지 간섭하나’에서 “정기국회 개회에 맞춰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에 입법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며 “시민단체가 국정 방향까지 지시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매일경제도 같은 날짜 3면 머리기사로 ‘靑·국회 위에 참여연대?…대통령의 혁신성장 사사건건 제동’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참여연대는 재벌과 업계의 오랜 민원사항인 규제완화를 반대하니 집중적인 공격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지난 1월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1월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근 참여연대 정책기획실장은 5일 오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동아일보 등의 주장은 말이 안된다”며 “규제완화에 대해 참여연대는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 말바꾸기를 한 것은 과거 정부에서 반대해오다 찬성한 민주당”이라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법안 반대가) 전레를 찾기 어렵다는데 이명박근혜 시절엔 법안 입법에 국정조사 요구 입장까지 했다”며 “이들 언론은 규제개혁 사안이라 과도하게 우리를 비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골적인 권력개입이라는 동아 주장에 이 실장은 “참여연대 자원활동가나 자문활동을 했던 이들이 공직에 갔다고 해서 참여연대가 현 정부의 지지세력은 아니라고 본다. 찬성하거나 지지한 문재인정부의 정책이 있는 것이지 규제완화 법은 예전에도 반대왔다”며 “민주당이 입장을 바꾼 것이 이상한 것이지, 기업에 과도한 특혜와 권한을 주는 것이므로 중단하라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 잘못된 정책에 반대입장을 내는 것은 시민단체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실장은 “정책 반대를 권력개입이라는 것은 말이 안되는 언어도단”이라며 “뒤로 작업하거나 밀실에서 압력을 넣는 것이 개입하는 것이지, 대통령이나 여야 입장에 반대하는 것이 권력개입이라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고 의견을 내는 것은 시민단체 뿐 아니라 동아일보와 같은 언론도 마찬가지”라며 “그것이 권력에 군림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90개 과제에 천안함 재조사가 포함된 것이 황당한 요구라는 동아의 주장에 이 실장은 “천안함의 경우 90분의 1의 요구이며, 천안함 진상에 대해 여전히 의혹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현 정부에서 충분히 재조사해볼 수 있고, 또한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나마 90개 과제 가운데 법안으로 통과된 것은 세월호 관련 사회적 참사 특별법 말고는 없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출신 인사를 거론한 것을 두고 이재근 실장은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던 경력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문제되는 경력인 것처럼 만들기 위해 이 같은 주장을 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나 장하성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경우 13~15년 전에 참여연대에 활동했었고, 그나마 방향이 달라 나가서 경제개혁연대와 같은 별도의 단체를 설립해 활동했다는 점과 당시 인적 구성과 현재의 구성이 다르다는 점을 들기도 했다.

그는 “검찰 출신 국회의원이 20%가 넘는다고 검사가 국회를 장악했다고 할수 있느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모두 같은 당에 있던 분들인데, 그럼 구 민주당이 대한민국 정치판을 장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실장은 “참여연대 출신 인사를 발탁하고 정책을 펼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라며 “우리 쪽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가는 것에 대해 썩 좋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시민사회 역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심지어 박탈감을 얘기하는 활동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또 “동아 주장처럼 우리가 현 정부 출범에 기여했다는 의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며 “참여연대가 특정정당 후보를 지지하면서 활동하는 단체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실장은 동아일보와 경제지 등이 이런 비난을 하는 배경을 두고 “규제완화는 기업의 오래된 민원이자 일관된 생각”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희생양이나 공격할 지점이 필요한데 참여연대가 그런 여러 요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실장은 “참여연대 출신 인사들이 일부 도덕적 논란에 휩싸인 부분도 있었고, 이들 언론이 현 정부를 공격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면 먹히지 않으니 참여연대 출신 인사를 표적으로 삼기 위해 먼저 참여연대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혁입법정책 과제 제안 기자회견'에서 정강자 참여연대 공동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혁입법정책 과제 제안 기자회견'에서 정강자 참여연대 공동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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