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수장인 총무원장 설정 스님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이 지난 16일 종단 입법부인 중앙종회에서 가결된 가운데 전국승려대회 추진위원회가 총무원장 직선제를 골자로 한 조계종 개혁방안을 내놨다.

전국승려대회 추진위의 원인 스님(조계종을걱정하는스님들의모임 상임대표) 등은 2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종헌종법 개혁방안을 설명했다. 추진위는 종헌 개혁안에 총무원장을 재적 승려들이 직접선거로 뽑고 종단과 사찰의 재정을 공개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추진위는 이날 “종단은 언제부터인가 자본의 물결에 휘말려 패거리를 지어 이익을 나누는 정치집단이 돼버렸다”며 “부처님이 지상에 구현한 승가의 기본운영원리를 적용해 공동체정신을 회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 전국승려대회 추진위원회가 2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조계종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전국승려대회 추진위원회가 2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조계종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먼저 추진위는 총무원장을 “종단의 재적 승려(비구·비구니)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고 종헌 개정안을 소개했다. 추진위 대변인 허정 스님은 “총무원장을 선거인단 10인이 뽑고, 이들을 321명이 뽑는 현행 폐단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종은 1994년 이후 24개 교구본사에서 선출한 240명의 선거인단과 중앙종회 의원 81명 등 321명의 선거인단이 투표로 총무원장을 선출해왔다.

1962년 탄생한 대한불교조계종은 한국 불교 최대 종단으로, 그 수반인 총무원장의 권한은 막대하다. 총무원장은 사찰 주지를 비롯한 스님들 인사권은 물론 연 530억 원이 넘는 예산 집행권, 종단 소속 사찰의 재산 감독 및 처분 승인권을 지녀 ‘조계종의 대통령’으로 불린다.

▲ 전국승려대회 추진위원회 공동대표 혜우 스님이 20일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전국승려대회 추진위원회 공동대표 혜우 스님이 20일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추진위는 “재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종단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재정의 투명화와 공영화를 추진한다”고도 밝혔다. ‘재정 공개를 원칙으로 하되, 그 시행은 종법으로 정한다’고 정한 현행 종헌을 “종단과 사찰 재정은 공개하며 사유화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못박았다. 또 재적 승려와 신도가 재정운영 관리·감독에 참여하도록 했다.

승려와 신도 교육을 무상으로 하고, 승려에게 지급할 수행보조비와 주거지원비, 의료비 예산을 우선 편성하고 집행한다는 내용도 새로 넣었다. 허정 스님은 “다른 종교와 너무 다르게 조계종 스님이 되면 모든 걸 버리고 출가하는데도 개인 돈으로 가사와 승복, 병원비와 주거비 등을 모두 부담하는 열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래는 절에서 모은 시주물을 나눠 가졌는데, 현재는 훨씬 많은 예산이 있어도 소수가 착복하고 많은 스님들은 극빈하게 생활한다”며 “승려의 기본권과 생존권을 이번 승려대회로 꼭 이루고자 한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오는 23일 개최 예정인 전국승려대회에서 “개혁안을 종도들의 공의를 모아 결의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의 모임(상임대표 원인 스님)’은 지난 6일 ‘대국민 참회와 종단개혁을 위한 전국승려대회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한편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전국승려대회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홈페이지 갈무리
▲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홈페이지 갈무리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오는 22일 열리는 원로회의에서 불신임안이 인준될 경우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설정 스님은 취임 이전부터 서울대 졸업 학력위조와 재산 은닉, 친자 의혹을 받아왔다. 설정 스님은 지난 13일 “어떤 오해와 비난이 있더라도 종단 개혁의 초석을 마련하고 2018년 12월31일 총무원장직을 사퇴하겠다”며 즉각 사퇴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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