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판문점 선언과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힘입어 남북 문화교류가 느는 가운데 언론 교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언론계에서 나온다. 지난달 JTBC 방북 소식으로 ‘평양지국’ 현실화에 기대가 높아졌고 언론사들도 다가올 교류를 대비해 준비가 한창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민병욱)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토론회 ‘남북 언론교류, 무엇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에선 남북 언론 교류를 두고 깊어지는 언론인들의 고민과 갈증을 확인할 수 있었다.
1990년 한겨레에 입사한 뒤 15차례 방북 경험이 있는 김보근 한겨레 기자는 토론회에서 “현재 남북 간 취재가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나 북쪽 언론은 서로를 적대적 시각에서 다루고 있다”며 “향후 언론재단에서 지표 같은 걸 만들어 남북 언론이 상호 비방하는 행태를 모니터링한다면 적대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 기자는 “지금은 전쟁 저널리즘 폐해를 되돌아보고 평가하는 기구와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그런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적대 지수, 악마화 지수가 많이 낮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일용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장은 “평양지국 설치는 당위”라며 “북한이 원수라 말하는 미국과 일본 언론도 북한에 들어가 있다. 물론 제대로 취재 활동을 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적어도 지국이 있으면 주요 북한 인사 생사 여부는 확인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를 테면 평양지국이 설치되면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총살됐다는 오보(조선일보 2013년 8월29일자)는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다.
정 소장은 “또 언론사 평양지국은 불가역적 평화체제에 기여하게 된다”며 “북한에서 (우리 기자가) 작성한 기사가 남한에 전달됐을 때 남북 교류가 항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언론인들과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게 된다. 이는 전쟁 위험에서 비롯한 공포와 위협을 축소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소장은 “정부가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언론 교류 문제를 의제로 제시해야 한다”며 “북한이 남북 언론 교류에 소극적이라면 우리 당국이 설득해 관철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9일 첫 모임을 가진 비상설회의체 ‘남북교류 활성화를 위한 언론회의’ 논의 연장선에 있다. 남북교류 언론회의에는 언론진흥재단을 중심으로 신문협회, 방송협회, 인터넷신문협회, 기자협회, 편집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PD연합회, 6·15남측위 언론본부 등이 참여하고 있다.
2000년 김대중 정부 당시 언론사 사장단 방북 대표를 맡았던 최학래 한겨레 고문은 “과거 언론 관련 단체들이 북쪽과 여러 합의문과 협약서를 만들었지만 정작 협상 상대방이 누군지 실체를 알기 어려웠다. 이제는 남북 교류를 원칙으로 하는 기관을 만들라고 북쪽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역시 그에 상응하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이 기구는 남북 상황이 변하더라도 지속할 수 있는 영속성을 지녀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고문은 “각 언론사들은 남북 교류를 위한 소모적 경쟁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며 “각종 북한 사업과 취재를 하려고 경쟁하지만 과열될 경우 남북 이해를 돕기는커녕 억류, 체포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 또 지나치게 북을 미화하면 국가보안법에 저촉될 소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석규 통일부 사회문화교류 과장은 “현재 2018 아시안게임 농구 단일팀이 만들어져 어제(15일) 첫 경기를 했고 카누·조정 단일팀은 충주에서 훈련 중이다. 평양에서는 유소년 축구대회가 열렸다”며 “이런 교류가 다른 부문에 확산되길 바란다. 남북교류 언론회의 중심으로 언론 교류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향후 통일부는 남북교류 언론회의와 북측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며 언론 교류 지원 문제를 해소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