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승인한 한 케이블 방송사의 재허가를 사상 최초로 방통위가 거부했다. 유료방송은 과기정통부가 재허가 심사하지만 방통위가 ‘동의’하는 이중구조다.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가 주목받고 있어도 방통위와 과기정통부 중 누가 전담할지 불분명하다.

두 사례는 박근혜 정부 때 이원화돼 현재까지 유지되는 미디어 정책 기구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결단’해야 할 정부와 여당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언론 3대 학회인 한국언론학회·한국방송학회·한국언론정보학회는 1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공동세미나를 열고 미디어 부처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방통위가 연일 ‘부처 통합’을 쟁점화하는 가운데 언론학계도 부처통합 필요성을 제기했다.

▲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며 미디어 부처를 이원화하면서 업무 중복, 통합 정책 부재 등 문제가 시작됐다. ⓒ 연합뉴스
▲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며 미디어 부처를 이원화하면서 업무 중복, 통합 정책 부재 등 문제가 시작됐다. ⓒ 연합뉴스

발제를 맡은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원화된 구조가 산업과 공공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놓치게 했고 방통위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부정적 효과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기정통부)를 신설하고 방송통신위원회의 기능 가운데 통신 진흥, 유료방송, 홈쇼핑, 주파수 정책 등의 기능을 가져갔다. 문제는 인위적으로 ‘규제’(방통위)와 ‘진흥’(미래부)을 나누고 방송정책의 주요 영역을 미래부가 관할하면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힘들고 △통합적인 정책 수립이 불가능하고 △현안에 부처 간 입장을 달리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나 인수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문재인 정부는 정부조직개편에 소극적이었고 이원화된 미디어 조직구조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김재영 교수는 “정부조직 최소개편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미래창조과학부의 이름만 바꾸는 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며 “그러나 지금이라도 이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대안을 모색하는 게 옳다”고 밝혔다.

토론자인 정미정 광운대 교수는 “방통위는 무료방송, 과기정통부는 유료방송 업무로 나눴다. 요즘 누가 지상파를 무료로 보나. 대부분이 유료방송을 통해 보고 있어 의미 없는 분류”라며 “지상파 중간광고 이슈는 유료방송이 가장 관심이 많다. 나눠서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방통위도 ‘부처 통합’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지난 1일 표철수 방통위원은 “지상파 재송신, 재난방송, 망중립성, 국내외 기업 규제, 스마트폰 선탑재 앱, 방송과 인터넷 광고, OTT 문제 등이 업무가 나뉘어 대응하지 못하거나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아무런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날 토론에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이 참여하면서 여당의 입장에 기대를 모았으나 그는 자신의 안을 소개하는 데 그쳤다. 

▲ 박근혜 정부 때 형성된 미디어 관련 조직 구성도. 자료=이상원 경희대 교수.
▲ 박근혜 정부 때 형성된 미디어 관련 조직 구성도. 자료=이상원 경희대 교수.

방청석에 있던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은 “우리가 듣고 싶은 건 문재인 정부가 개편 할지 안 할지 여부이고, 안 하면 그 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다. 정미정 교수 역시 “여당에서 나온 토론자가 개인의 이름을 내세운 방안을 내놓았다. 정말 여당이 아무 계획도 없는 거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해당 위원은 “주최측으로부터 사전에 정부여당의 안을 내놓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준비했을텐데, 그런 얘기를 못 들어 가볍게 왔다”고 답했다.

한편 조직구조 문제와 별개로 방통위가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 소홀하고 규제완화에 지나치게 집중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전규찬 한국언론정보학회장은 “시민사회와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가 기대했던 위원장의 행보가 절망스럽다”고 지적했다. 김재영 교수는 “방통위가 규제완화가 최상의 정책인 것처럼 추진하는데 진정한 규제개혁은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되 필요한 규제는 강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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