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진에어 지상여객서비스를 전담하는 ‘에어코리아’ 직원들이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업무에 내몰리고 있다. 인력이 부족해 연차휴가를 쓰지 못하고 법정휴일에도 일하면서 수십 개씩 대체휴무까지 추가로 쌓이고 있다.

4년차 에어코리아 직원 A씨는 올해 법정 휴일 외엔 하루도 쉬지 못했다. 쌓인 연차휴가만 벌써 42일. 지난해까지 못 쓴 연차 26일에 올해 새로 16일이 더 쌓였다. 여기에 휴일에 일하는 바람에 생긴 대체휴무 8일까지 A씨는 50일의 휴가를 안고 산다. 그러나 A씨는 근무여건상 휴가를 제대로 쓸 수조차 없다. 

▲ 에어코리아 내 한 부서의 2018년 연차 관리대장 중. 디자인=안혜나 기자
▲ 에어코리아 내 한 부서의 2018년 연차 관리대장 중. 디자인=안혜나 기자

연차휴가와 대체휴무를 합쳐 70개에 달한 직원도 있다. 총괄부서 매니저가 연차관리대장을 점검하다 깜짝 놀랐다. 미디어오늘이 확인한 에어코리아 연차 관리대장에 나온 210명 목록엔 올 1~7월까지 누적된 연차가 30개 이상인 직원이 92명에 달했다. 40개 이상인 직원도 18명이나 있었다. A씨는 “보통 대체휴무가 5~10일 쌓여있다. 이걸 더하면 직원 40% 이상이 50일 넘는 휴무일을 반납하고 일하는 셈”이라고 했다.

올해 연차휴가를 한 번도 내지 못한 직원도 37%나 됐다. 210명 중 79명이 올 1~7월 동안 연차휴가를 한 번도 못 썼다. 남은 휴가를 몰아 쓴 퇴사 예정자를 제외하면, 1인당 평균 3일만 휴가를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장에선 현재 인력을 적정 인원의 70% 정도로 체감한다. 에어코리아 직원 B씨는 “가령 공항 카운터 업무엔 휴무 인원까지 같이 산출하면 100명이 필요한데 70명 밖에 없는 거다. 그럼 직원들 휴무 개수가 줄고 10번 쉴 걸 6~7번 밖에 못 쉰다. 대부분의 부서의 실정”이라고 말했다.

직원 C씨도 “한 달 법정 휴일 8~9일에 인력이 맞춰져 있어 ‘빨간 날’이 1~2일 더 있으면 그 달은 정확히 그만큼 대체휴무가 발생한다. 대체휴무는 다달이 쌓여가고 피로가 누적된 직원들은 점점 곪아 간다”고 밝혔다.

직원들은 인력 충원이 안 되는 원인으로 원청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을 꼽는다. 이들은 에어코리아가 인력 충원 결정을 독자적으로 할 수 없다고 본다. 한 직원은 지난 6월 말 열린 에어코리아 노사협의회에서 에어코리아 임원이 ‘인력 충원은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아니다. 힘이 없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에어코리아 임원은 대대로 대한항공 임원 출신이 맡았다. 현 박범정 사장은 대한항공 서울화물지점장(전무) 출신이고 이규한 이사는 대한항공 운항기획 담당 상무로 있다 에어코리아로 옮겼다. 조양호 회장 일가의 심복으로 알려진 여운진 전 대한항공 상무는 에어코리아 고문이다.

▲ 대한항공, 한국공항, 에어코리아 간 관계. 디자인=안혜나 기자
▲ 대한항공, 한국공항, 에어코리아 간 관계. 디자인=안혜나 기자

이에 에어코리아 관계자는 “인력 충원을 회사 자체로 결정할 수 없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여러 외부 요인을 고려해 인력을 충원할지, 충원한다면 얼마나 할지, 일부 계약 종료를 예상하고 인력을 유지할지 등을 결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고 반박했다.

에어코리아 측은 인력 부족 문제에 “현 인력상황을 보면 일부 인력이 부족해 일부 직원들에겐 휴가사용을 유예하도록 하지만, 과도한 업무가 부과될 정도는 아니”라며 “유예한 연차휴가도 전원 사용하도록 지속적으로 신규채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어코리아는 대한항공의 자회사 한국공항이 지분 100%를 소유한 대한항공 손자회사다. 에어코리아는 대한항공, 진에어 등 항공사의 △카운터 수속 △비행기 출·도착 지원(승객서비스 지원 및 비행허가 서류작업) △휠체어 사용 승객 및 아동 승객 지원 등의 업무를 위탁받은 도급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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