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경영진, 노동시간 단축 의지 있나”
MBC노조 “경영진, 노동시간 단축 의지 있나”
‘조합원 초과노동 실태 설문조사’ 공개…7월 한 달 간 응답자 16% 주당 평균 노동시간 68시간 넘겨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MBC본부) 조합원 가운데 약 절반이 주당 평균 52시간 넘게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서울지부는 13일 서울 MBC 본사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초과노동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진행된 이번 조사에는 설문 대상 1147명 가운데 439명이 응답했다.

지난 7월 한 달 간 응답자 16%는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68시간을 넘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3%는 주당 평균 노동 시간이 무려 90시간을 초과했다. 현재 정부가 근로기준법 위반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뒀지만 현행법상 주 68시간 초과 노동은 불법이다. 내년 7월1일부터는 주당 노동시간이 52시간으로 제한된다. 현재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53~68시간이라고 밝힌 응답자는 33%, 41~52시간은 39%, 40시간은 12%로 나타났다.

주 52시간 초과 노동자 중에서는 기자·카메라 기자를 비롯한 보도 부문이 49%로 가장 많았고, PD가 21%, 제작카메라 8%, 방송기술 7% 순으로 나타났다. 주52시간 초과 노동이 발생하는 이유로는 절대적인 업무량이 지목됐다. 초과 노동의 배경을 묻는 질문에 65%가 ‘본인이 처리해야 하는 업무량이 많아서’라고 답했다. ‘프로그램 품질 향상 등 더 나은 성과를 위해서’라는 응답이 25%, ‘보직자 또는 상급자 지시에 따라’서라는 응답이 10%로 뒤를 이었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응답자 비율 순으로 보면 ‘프로그램 제작 프로세스와 시스템 개선’(34%), ‘인력 충원 및 장비 확충’(30%)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나다. ‘편성과 경영 전략의 변화’(16%), ‘보직자의 철저한 노동시간 관리’(11%)가 필요하다는 응답 역시 업무 시스템 전반이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노동자 개인이 업무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응답도 9%로 나타났다.

응답자 83%는 MBC 사측이 노동시간 단축 문제에 효과적인 대응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MBC본부는 “KBS와 SBS는 지난 7월1일부터 시간외 수당 입력 시스템을 개선해 시간외 수당을 청구하는 사원과 이를 결재하는 보직자(부장·팀장)가 주간 단위 노동시간 68시간 초과 여부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하며 “회사가 시스템 개선을 위한 구체적 일정마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노동단축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고 비판했다.

▲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
▲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

노동시간 단축 관련 또 다른 우려는 실질임금 축소 가능성이다. MBC본부는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통상 임금 100분의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해야 하지만 현재 MBC는 최저임금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시간외 수당 체계 개편 방향에 대해서는 과반인 76% 응답자가 시간외 수당 인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행 시간외 수당을 법정 기준에 맞게 대폭 올려야 한다’는 답변이 51%에 달한 반면, 25% 응답자는 ‘법정 기준대로라면 회사 비용 부담이 너무 크므로 시간외 수당은 소폭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송 산업 특성상 정확한 시간외 수당 계산이 어려워 업무 유형에 따라 정액 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답변은 24%로 나타났다.

현재 MBC 사측은 주68시간 준수를 위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시작된 지상파 4사 노사 간 산별교섭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MBC 사측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현업부서는 재량근로 없이 일을 못한다고 하고 노조는 재량근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유연근로 관련 노사 합의가 돼 있지 않은 상태라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시간외수당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법정 수당을 다 주는 것은 어렵다. 업무 특성상 계량적인 계산이 어렵다”며 “현재 MBC 시간외수당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인 것은 맞다. 그런 의미에서 현실화를 논의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MBC본부가 지적한 시간외수당 입력 시스템 개선은 “시스템을 만드는 부서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인력 충원도 없을 전망이다. MBC 관계자는 현재 인력을 적절히 활용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MBC본부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조합원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회사가 획기적인 대책을 적극적으로 내놔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며 “조합원 의견을 바탕으로 노동시간 단축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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