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경영진 시절 지역MBC의 불공정 보도 및 경영 책임자로 지목된 이들의 징계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감경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대전MBC지부(지부장 이한신·대전MBC지부)는 8일 성명을 내고 “솜방망이 징계로 면죄부를 부여한 인사위원회 결정에 심각한 유감을 표명하며 인사위원인 보직국장들의 사퇴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전MBC 과거 청산기구인 혁신위원회는 이진숙 사장 시절 대전MBC 보도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을 침해했다고 판단한 전직 간부 5명(국장 3명·부장 2명) 징계를 요청했다. 최혁재 전 보도국장과 A부장은 이른바 ‘중동 뉴스’ 비판으로 대변되는 대전MBC ‘보도 사유화’에 앞장서고 촛불시위, 갑을 오토텍 사건 등 뉴스가 불방된 일의 책임 당사자로 지목됐다. B, C 전 국장은 회사 경영 측면에서 사장 전횡을 막아야 하는 업무를 해태하고, D부장과 더불어 대전MBC 제작 독립성이 훼손되는 과정을 방기해 문제가 됐다.

지난 3일과 6일 열린 대전MBC 인사위원회 결과 전직 국장 2명은 감봉 1개월, 부장 2명은 각각 근신 15일과 근신 5일 처분을 받았다. 최 전 보도국장은 인사위를 사흘 앞둔 지난달 31일 사직했다.

혁신위 한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구성원들이 모두 인정할 정도의 징계를 요청했는데 결과를 본 구성원들 사이에서 ‘이럴 거면 혁신위 왜 했느냐’는 반응이 나온다”며 “지난 파업과 공정방송 요구 등의 취지를 잊은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한신 대전MBC 지부장은 “징계 사유는 취업규칙 66조2항(직무상 의무 위반)을 적용했다고 하는데 이는 지난해 7분 지각과 업무지시 불이행으로 감봉 3개월과 감봉 2개월을 받았던 기자들의 징계와 크게 비교된다”고 했다. 또 “근신 징계는 방송사에서 단순한 편집 실수나 짧은 송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의 징계”라고 지적했다.

인사위원 가운데 이진숙 전 사장 시절 보직을 유지했던 이들이 포함돼 이번 징계결과를 예견된 일로 보는 여론도 있다. 인사위원회에 노측 대표가 들어가야 한다는 요구는 노조 뿐 아니라 혁신위원회 공통 의견으로도 제시됐지만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전MBC지부는 “대전MBC는 서울과 함께 전국에서 공정방송 침해가 가장 심각했다. 그만큼 이진숙 체제에 부역한 자들의 책임도 무겁다”며 “인사위원들은 동료를 단죄해야 하는 어렵고 힘든 결정이더라도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심판했어야 한다”고 했다.

신원식 대전MBC 사장이 이른바 ‘적폐 청산’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대전MBC지부는 “신 사장이 대전MBC 미래를 걱정하고 난국을 타개하고자 한다면 진정성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대전MBC지부는 인사위원인 보직국장 사퇴와 신원식 대전MBC 사장 결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는 9일 임시총회에서 조합원 의견을 모은다.

▲ 대전MBC 구성원들이 지난해 사내에서 이진숙 사장 퇴진을 외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조 대전MBC지부
▲ 대전MBC 구성원들이 지난해 사내에서 이진숙 사장 퇴진을 외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조 대전MBC지부
▲ 지난해 춘천MBC 사옥에 걸린 송재우 당시 춘천MBC 사장 퇴진 요구 현수막들. 사진=전국언론노조 춘천MBC지부
▲ 지난해 춘천MBC 사옥에 걸린 송재우 당시 춘천MBC 사장 퇴진 요구 현수막들. 사진=전국언론노조 춘천MBC지부

춘천MBC에서도 과거 문제 인사들의 징계 절차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춘천MBC 정상화추진단 요청에 따라 열린 인사위원회 결과를 김동섭 사장이 사실상 무효화했다는 비판이다.

춘천MBC 정상화추진단은 송재우 전 사장 시절 부당노동행위, 방송 공정성 침해 등과 관련됐다고 판단한 당시 보직자 5명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 지난 6월5일 인사위원회는 해고 1명을 비롯해 정직 3개월(2명), 감봉 5개월과 3개월 각 1명 등 중징계 처분을 내렸으나 김 사장은 이를 결재하지 않고 6월12일 재징계위원회를 위한 재심위원을 지정했다. 재징계위 결과는 정직 6개월(1명), 정직 3개월(2명), 감봉 5개월(1명), 감봉 3개월(1명) 등이다,

최헌영 전국언론노조 춘천MBC지부장은 미디어오늘에 “결과를 인정할 수 없으면 사장이나 당사자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김 사장은 징계 처분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심을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최 지부장은 “6월12일 오전 정기 노사협의회에서 재심 절차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날 오후 서둘러 (징계위가) 강행됐다”며 “1차 징계위에 따른 처분을 안 했기 때문에 인사위가 했던 초심이 사라져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춘천MBC 내부에서 김 사장의 그간 행보를 두고 비판이 이어지면서 춘천MBC지부는 최근 김 사장 퇴진 목소리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지난달 초 사내에 ‘사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게시했다.

김 사장은 “사장 부임 이후 우여곡절을 겪는 과정에서 제 불찰로 사장이 춘천MBC가 겪었던 아픔을 가벼이 여긴다거나 구성원들을 무시한다는 오해가 생기기도 했다. 회사 정상화와 관련한 일 처리에 혼선이 빚어지면서 불신의 먹구름이 몰려온 사태도 벌어졌다”며 “이번 일을 자기성찰의 계기로 삼아 지난 다섯 달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려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