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방송사 협찬을 탈세에 빗대며 협찬제도 전면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협찬제도 개선 연구반을 통해 연말까지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8일 오전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사가 협찬을 받았을 때 이를 알리는 협찬고지의 일부 규정 개정을 논의했다. 협찬고지를 1회만 가능하도록 명시하고, 기존에는 화면 하단에만 고지가 가능했으나 위치 변경을 허용하고, 협찬주 홈페이지 주소 명시를 허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여야 추천 방통위원들은 협찬고지 방식을 일부 완화하는 개정안에 동의하면서도 협찬제도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방통위 사무처는 현재 협찬제도 개선 연구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협찬제도 법령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사진=방통위 제공.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사진=방통위 제공.

협찬은 광고와 달리 광고주가 방송사와 직거래가 가능하고 매출 등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아 ‘음성적인 광고’로 불린다. 방송법상 협찬 여부를 알리는 협찬고지 의무가 없어 협찬하고 알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특히 종편에서 협찬 문제가 심각한데 TV조선·MBN·채널A는 지난해 기준 협찬매출 규모가 광고매출 규모와 비슷할 정도로 성장했다. 2015년 드러난 MBN미디어렙 영업일지에  MBN의 시사프로그램이 한전으로부터 돈을 받고 한전을 홍보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종편 교양프로그램이 홈쇼핑과 연계해 상품을 판매하는 것 역시 음성적 협찬의 폐해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사무처에 “방송사는 왜 협찬에 의존하고, 광고주는 왜 협찬을 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재철 방송광고정책과장은 “협찬은 광고주가 드러나지 않게 할 수 있어 선호한다”며 “이런 문제가 있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협찬 유치 과정, 세부 금액 등 기초적 통계도 안 나오고 보고 의무도 없다. ‘홈쇼핑 연계편성’ ‘보도와 연계해 압박하는 영업’ ‘신문사와 연계한 통합마케팅’ 등이 위법소지가 있는데, 법의 공백으로 규제 못한다고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방통위가 몇 년째 협찬제도 개선하겠다고 원론적 입장만 내놓아서 국회에도 송구스럽고 시민단체에도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김석진 상임위원은 “미비한 게 많아 손댈 곳이 많다”며 “건강정보 전하는 프로그램에 바로 이어서 홈쇼핑에 내보내는 연계편성이 문제되고 있다. 이 경우도 협찬고지에 포함해야 소비자를 기만하는 편법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효성 위원장은 “미국 PBS는 공익적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취지에 공감하는 기업들이 부족한 제작비를 지원하며 도와주는 방식으로 협찬이 이뤄진다. 그런데 한국은 세금을 안 내고 탈세하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법을 비껴나가는 수단이 됐다. 상업방송은 협찬이 거의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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