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노심초사’… ‘인태연發 규제강화’ 우려”

7일자 문화일보 경제면 기사 제목이다. 청와대가 신설된 자영업비서관에 인태연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장을 임명하면서 유통업계의 우려를 담은 보도다. 인 비서관이 재벌이 유통업계를 독점해 자영업자를 붕괴시킨다는 인식이 강해 유통업계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대기업 프랜차이즈에서 일하는 노동자 일자리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을과을의 싸움을 조장하는 전형적인 프레임인데 인태연 비서관 임명을 끼워넣어 효과를 극대화했다.

인 비서관은 대형 유통 자본에 맞서 싸운 중소상인 대표 인물이다. 인천 토박이인 인 비서관은 1989년 대학 4년 때 아버지 가업을 이어받아 부평시장에서 그릇과 이불을 팔았고, 의류 매장을 운영했다.

인 비서관은 자신이 직접 유통 자본의 무서움을 목격했다. 자신의 의류매장 주변에 롯데마트 2곳과 롯데백화점이 생기면서 매출이 30% 가까이 떨어졌다. 주변 자영업자들의 배우자들은 식당과 마트에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가 됐다. 그는 2012년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대형유통 자본에 내몰린 중소상공인의 삶을 ‘경제적 아우슈비츠’라고 표현했다.

인 비서관은 포화상태인 자영업에도 “이들을 수용할 산업 형태가 급속하게 붕괴되서다. 유통업체가 가격을 후려져 제조업을 무너뜨린 결과”라고 지적했다.

인 비서관은 지난 2016년 중소상인비상시국회의를 만들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전국경제인연합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박근혜가 재벌과 손 잡고 재벌중심 경제정책만 실행하다 국정농단세력과 결탁했는데 전경련이 재벌의 로비창구로 전락했기에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 1월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상인회에서 열린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현안 경청 간담회’에서 인태연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 1월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상인회에서 열린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현안 경청 간담회’에서 인태연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인 비서관은 스스로 자신을 ‘골리앗과 맞서 싸운 다윗’이라고 소개했다. 인 비서관은 뉴스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지난 2006년 중소 자영업자의 카드수수료 문제로 시작해 2007년 대형마트 확장 출점, 2010년 대기업 식자재 납품, 2013년 편의점·남양유업 갑질 논란까지 중소상인·자영업자 운동을 이끌어 왔다”며 “‘기업의 자유로운 영업을 막는다’, ‘소비자 권리가 침해된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쉽지 않지만 이길 수 있으리라 믿고 버텨왔다. ‘을의 눈물’이 모이고 모여 ‘권리의 바다’가 만들어 지기 바라면서 싸워왔다”고 말했다.

인 비서관 역시 ‘공생’을 얘기한다. 그는 일본의 마치즈쿠리 법을 예로 들었다. 마치즈쿠리 법은 1000㎡ 크기의 대규모 소매점포에 대해 입점 전 지역주민설명회를 의무화하는 게 핵심이다.

인 비서관은 “제조업, 중소상인, 대형 마트, 복합쇼핑몰 등이 전체적으로 균형 있게 시장에 자리잡고 함께 발전해야 한다”며 “자영업이 몰락하면 그들을 어떻게 흡수할 수 있겠나? 자영업이 몰락하면 소비가 위축되고,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 대형 마트와 쇼핑몰도 공멸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유통업계를 규제하기 위해 인태연 비서관을 기용했다는 것은 맞는 분석일까.

인 비서관이 과거 활동한 내용대로라면 유통업계 규제에 나설 수 있지만 그보다 자영업 출신 비서관을 통해 현장 맞춤형 대책을 내놓을 필요성 때문이라는 지적이 오히려 설득력이 높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를 희생시킨다는 보수 언론의 공세에 밀리면서 입지가 좁아진 가운데 자영업비서관이라는 자리를 신설하면서까지 현장 전문가를 영입한 것은 보수언론의 공세와 현장의 비판을 넘어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라는 분석이다.

가장 최근 인태현 비서관의 언론 인터뷰를 보면 정부가 왜 그를 영입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인 비서관은 지난 1월 주간경향과 인터뷰에서 “보수언론이나 야당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상인들이 다 죽어난다’고 떠드는 것들이 현장 상인에게는 가장 잘 먹히는 이야기”라며 “정부는 그런데 야당과 보수언론의 정치적 공세에 현실적 대안을 내놓는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그러니 노동자의 임금인상으로 소득증대를 꾀하려는 본래의 취지는 훼손되고 (정부는 방어를 위해) 실제로 피해를 입고 있는 중소자영업자의 목소리를 묻어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 비서관은 “야당과 보수언론이 짜놓은 프레임은 이미 중소상인들에게 잘 먹히는 재료가 됐는데 정부는 말로만 ‘카드 수수료를 낮춰주겠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강화하겠다’고 한다”며 “재작년에 카드회사가 일방적으로 중소형 마트의 카드 수수료를 2%에서 2.5%로 올렸다. 0.5%포인트 올려놓은 것을 내리는 것도 못하면서 몇 년 뒤가 될지 알 수 없는 카드 수수료 인하 발표는 현실성이 없다. 현실성 없는 대책을 최저임금 인상 비판의 방어논리로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 비서관은 정부의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대책에도 “30인 미만 사업장의 월평균 보수액 190만원 미만 근로자가 그 대상이다. 현장에서 주 5일 9시간씩 근무를 하면 월 188만원으로 정부 지원대상이라는 계산이 떨어진다. 그런데 자영업자 중에 주 5일 근무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라고 쓴소리를 했다. 인 비서관은 “대부분 주말에도 일한다. 그때 인력을 추가로 쓰면 월 240만~250만원으로 임금이 높아진다. 그게 보통의 평범한 자영업자들의 삶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까지 최저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았던 영세사업장 쪽이나 가능한 지원을 하면서 ‘우리의 정책이 제대로 홍보가 안 됐다’는 불평을 한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상인의 현실은 알지도 못하면서”라고 꼬집었다.

인태연 비서관이 청와대 입성 전 밝힌 내용은 이제 그가 풀어야할 과제가 됐다. 물론 규제책으로 대형 프렌차이즈 노동자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을과을의 대결 프레임도 깨야 한다. 청와대도 중소상인에 신뢰를 주는 신호로 현장 전문가를 발탁했을 가능성이 높다.

인 비서관은 7일 통화에서 “제가 그동안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하다 보니 대기업 입장에선 불편할 수 있다”면서 “대기업을 없애자는 게 아니라 공생을 얘기한다. 대기업의 영역도 존중하지만 중소상인의 영역도 존중해 유통 생태계를 선순환시키자는 것이다. 프렌차이즈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 자영업자를 보호하고 생존을 유지하도록 생태적 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인 비서관은 정부 정책이 현실성이 없다는 자신의 주장에도 “정책을 하나 만들 때마다 현장에 가지고 가서 부족하거나 소용이 없다고 한 것을 제외하면 답이 나온다”고 말했다.

인 비서관은 “최저임금이 중소 상공인에게 주는 부담이 큰 건 사실이다. 다만 부담이 큰 이유가 최저임금만 바라보면 근본 문제를 이해할 수 없다”며 “중소상공인이 먹고 사는 기반이 무너진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장사가 잘 되더라도 대형 마트나 가맹점에 비해 이윤율이 떨어지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런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최저임금이 많냐, 적냐의 싸움만 된다. 위기의 구조를 바꾸는 것부터 해야 상호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 인태연 자영업비서관 프로필

▲ 인태연 자영업비서관
▲ 인태연 자영업비서관
□ 자영업비서관 / 인태연 (印兌淵, In Tae-yeon)
  - 1963년생, 인천

 □  학  력
  - 경성고
  - 한국외국어대 독일어학과

□  경  력 
  - 한국 중소상인 자영업자 총연합회 회장 (現)
  -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회장
  - 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 부평 문화의거리 상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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