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등 42개 시민사회단체가 ‘화해·치유재단’을 즉각 해산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정의기억연대는 6일 오전 서울 중구 화해·치유재단(‘재단’)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결정한 한일합의의 상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 2018년 8월6일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2018년 8월6일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지난해 12월 강경화 외교부 장관 직속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는 박근혜 정부가 2015년 타결한 한일합의가 피해자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고 일방으로 이뤄졌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한-일 정부는 일본 정부 및 군의 법적 책임을 언급하지 않은 채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선언했다. 재단도 이 합의에 따라 설립됐다. 운영비는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엔을 사용하기로 했다.

올초 문재인 정부는 ‘2015 한일합의’를 둘러싼 후속조치 계획을 내놨다. 정부가 한일합의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되, 일본 정부의 자발적이고 진정한 사과를 촉구했다.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은 한국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고, 재단 운영 향방은 피해자와 관련 단체, 국민 의견을 수렴해 조치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10억엔 기금을 대체할 예비비로 103억원을 편성했지만, 재단 향방은 언급하지 않았다.

▲ 2017년 12월27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TF 결과에 대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17년 12월27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TF 결과에 대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나현 평화나비네트워크 대표는 “외교부 장관이 후속조치 계획을 발표한 뒤 6개월이 넘었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재단을 방치하고, 이렇다 할 로드맵도 제시하지 못했다. 그 사이 올해만 피해자 할머니 5분이 세상을 떠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나현 대표는 “재단 해산이 없다면 100억여원 예비비 편성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정의기억연대는 성명에서 “재단은 1년 이상 목적사업을 진행하지 않았으므로 ‘공익법인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제16조’에 따라 설립허가 취소 사유가 충분히 성립된다”고도 지적했다.

재단은 지난해 7월 이사장이 사퇴했고, 12월엔 이사진 전원이 사퇴해 활동을 사실상 중단했다. 그러나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8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재단은 사무실 운영비와 인건비로 매월 2750만원가량 사용해왔다. 재단이 해체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운영비는 정부 예비비로 메워진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재단은 1년 이상 아무 사업 수행도 하지 않고 이사장과 이사들이 사퇴했는데도 일본 정부 ‘위로금’을 운영비로 쓰며 피해자들의 굴욕감을 더하고 있다”고 말했다.

▲ 2018년 8월6일 최나현 평화나비네트워크 대표가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을 위한 1차 국민행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2018년 8월6일 최나현 평화나비네트워크 대표가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을 위한 1차 국민행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정의기억연대는 최근 밝혀진 박근혜 정부 당시 양승태 대법원의 ‘위안부’ 피해자 소송 무력화 계획도 언급했다.

지난달 30일 ‘양승태 대법원’이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 구체적 정황이 한겨레 보도로 드러났다. 한일합의 직후인 2016년 초 법원행정처는 ‘위안부 손배판결 관련 보고(대외비)’ 문건을 만들었다. 이 문건은 1심 재판을 ‘각하’ 또는 ‘기각’하겠다는 방침을 명시했다.

윤미향 대표는 “피해자들이 한국과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내 소송마저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거래됐다”며 “사법부를 향해 정의를 실현해달라는 마지막 호소마저 좌절시킨 역사를 우리 목소리로 종결짓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의기억연대는 다음날인 7일부터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을 위한 1차 국민행동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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