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언론이 라오스 정부가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보조댐 붕괴사고 피해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피해 현장에 접근한 언론은 라오스 정부뿐 아니라 건설사인 SK건설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라오스 남동쪽 아타프주에서 SK건설이 짓고 있던 댐이 무너진 후 현지 피해규모는 라오스 정부가 발표한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 뉴욕타임스 28일 보도 영상 갈무리
▲ 뉴욕타임스 28일 보도 영상 갈무리

외신을 종합하면, 국영 신문 ‘비엔티안 타임즈’는 27일 공식 사망자 숫자가 4명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전날 보도한 27명보다 줄어든 숫자로, 신문은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27일 쿰리앙 아우타카이손 구조대장은 사망자가 8명, 실종자가 127명으로 확인됐다고 말해 축소 논란이 커졌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6일 현지 주민과 구호단체 말을 종합해 사망자는 당시 공식 수치(27명)보다도 훨씬 많을 수 있다고 전했다. BBC는 “300명 정도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는 지역 주민의 말과 함께 “구호단체는 정부가 재난 규모를 축소하고 있을 수도 있으며, 최종 사망자 숫자는 훨씬 높다고 여긴다”고 보도했다. 또 “3000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더러운 홍수 속 섬이 된 지붕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28일 “댐이 붕괴해 최소 수십 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대피했다”고 보도했다.

▲ BBC 홈페이지 보도 영상 갈무리
▲ BBC 홈페이지 보도 영상 갈무리

외신에 따르면 피해지역과 국경을 맞댄 캄보디아 일부도 수해를 입었다. 영국 BBC는 27일 “캄보디아 북부에서 약 1300가구가 범람 때문에 고지대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독립언론 ‘데모크라시나우!’는 캄보디아 북부 당국이 해당 댐 하류에 거주하는 주민 2만5000명에게 대피를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27일 “재해 지역이 오지인 데다, 정보가 더디게 들어오고 종종 모순돼 사망자 수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고 보도했다.

▲ BBC 홈페이지 갈무리
▲ BBC 홈페이지 갈무리

외신들은 라오스 정부가 폐쇄적 태도로 책임을 축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BBC는 “라오스 정부가 외신 언론인들의 취재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BBC는 “라오스 당국은 구조 작업에 대한 세부 사항을 거의 공개하지 않는다”며 “비밀스런 라오스 공산당 정부는 세계에 이 사고를 공개하기를 꺼린다”고 보도했다. 그 이유로는 세 가지를 짚었다. △원래 라오스 정부가 비밀주의이고 △피해지역이 오지이며 △정부가 수력 발전으로 “동남아의 배터리”가 되길 야망하던 차에 이번 사고가 당혹스러운 사건이라는 설명이다.

라오스 정부와 함께 댐을 짓고 있던 건설사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BBC는 “댐은 90% 완공됐고 내년에 상업적으로 가동될 예정이었다”며 “라오스 정부는 어떻게 새 댐이 무너져 논과 마을에 밀어닥쳤는지, 또 인근 주민들에게는 얼마나 경고했는지를 두고 질문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BBC는 “마을 사람들은 댐이 무너지기 3~4시간 전 경고를 받았지만, 그들은 수면이 그렇게 높아지리라 예상하지 못했다”는 라오스 의료지원 관계자 인터뷰도 전했다. 알자지라는 “12억 달러 규모의 댐 건설 시공의 질을 둘러싸고 의혹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댐을 직접 지으며 피해 예방 의무를 졌던 SK건설도 대답해야 할 질문이다.

▲ BBC 유튜브 영상 갈무리
▲ BBC 유튜브 영상 갈무리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댐은 한국기업이 라오스에서 최초로 실시한 수익형 민간투자사업이다. 2013년 2월부터 한국 기업 SK건설과 한국서부발전이 라오스 국영기업과 합작해 건설에 들어갔다.

일당 체제 공산주의 라오스 정부는 2025년까지 수력 발전을 최대 수입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로 댐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현재 라오스는 총 46기의 수력발전소를 가동 중이다. 2020년까지 54기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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