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은 이런저런 규제에 묶여 있어서 비대칭적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이런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MBC 뉴스데스크)

“중간광고를 유독 지상파 방송사만 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 비대칭 규제에 대한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습니다.”(SBS 8뉴스)

“대표적인 지상파 방송 차별 규제였던 중간광고 금지에 대해 방송통신위원장이 허용 방침을 밝혔습니다.”(KBS 뉴스광장)

지상파 방송사가 일제히 ‘중간광고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회의원들이 지상파 중간광고의 필요성을 논했고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허용 의지를 밝혔다는 내용이다.

뉴스 아이템 선정은 언론의 자유다. 그러나 이날 지상파가 주목해야 할 이슈가 과연 중간광고였을까. 과방위 전체회의에는 지상파 라디오 지원정책의 타당성, 문제적 광고영업, 과학기술계 갑질, 우정국 노동자 노동여건,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 등 질의가 쏟아졌다. 지상파는 이 가운데 자신들의 이익에 직결된 ‘중간광고 요구’를 기사로 만들었다. 특히, 심야와 아침시간대 뉴스에 내보낸 KBS와 달리 SBS와 ‘공영방송’ MBC는 메인뉴스 리포트로 내보냈다.

▲ 지상파 중간광고 소식을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KBS 뉴스광장.
▲ 지상파 중간광고 소식을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KBS 뉴스광장.

공교롭게도 지상파 3사 리포트에 모두 빠진 발언이 있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여부를 묻기 전 “지상파에서 의원들에게 찾아와 요구한다”고 전했다. 지상파 뉴스들은 국회의원과 방통위원장의 말을 카메라에 담았을 뿐이지만 사실 그 그림을 만든 건 지상파였다. 19대 국회 때 한 민주당 의원실의 보좌관은 “이슈가 있을 때마다 지상파 카메라가 앞에 있는데 편 안 들면 어떻게 되겠냐”며 지상파의 요구를 국회가 무시하기 힘들다고 했다. 

물론 지상파의 요구가 부당한 건 아니다. 석유파동 이전까지 지상파에는 중간광고가 있었고, 지상파에만 중간광고를 도입해선 안 되는 이유는 없다. 지난 정부가 종편을 4개나 만들고 이들에게 특혜를 준 만큼 지상파의 이익은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방송광고 시장의 미래가 밝지 않다. 지금 지상파는 CJ나 JTBC에 콘텐츠 경쟁력이 밀린다는 비판을 받지만 그 배경에는 지상파의 부족한 역량 외에 악순환에 빠지게 된 구조적인 이유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논리적 정당성과 별개로 지상파가 뉴스를 통해 ‘밥그릇’ 이야기를 하는 건 부적절하다. 방송심의규정 9조4항은 “방송은 당해 사업자 또는 그 종사자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하여 일방의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를 오도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회사의 이익을 요구하는 건 회사가 성명으로 내면 되고 사보에서 논하면 된다. 이 기본을 알기에 사익을 위해 보도를 동원하는 다른 언론과는 다른 ’지상파‘ ’공영방송‘이라고 불렸고, 그래서 지지를 받았다. 자사이기주의 보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뉴스 사영화에 맞서 정상화를 이룬 공영방송에서 이런 보도를 보는 건 씁쓸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