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된 전 대통령 박근혜씨(66)가 ‘국정원 자금 36억 원 뇌물수수’ 사건에서 징역 6년, ‘20대 총선 공천개입’ 사건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으면서 총 형량이 32년으로 늘었다. 법원은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한을 함부로 남용하고 헌법적 가치인 대의제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20일 오후 박씨의 두 사건 선고공판을 열고 국정원 자금 수수에 따른 국고손실에 대해선 징역 6년의 실형과 33억 원 추징 명령을,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선 징역 2년의 실형을 내렸다.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7월20일 오후 박씨의 국정원 자금 국고손실 사건 및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었다. 사진=JTBC 생중계 캡쳐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7월20일 오후 박씨의 국정원 자금 국고손실 사건 및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었다. 사진=JTBC 생중계 캡쳐

재판부는 검찰이 국고손실 및 뇌물금액으로 특정한 36여억원 중 33여 억원을 횡령에 따른 국고손실 금액으로 인정했다. 박씨는 대통령 재임기간인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국정원장 특별사업비 총 36여억 원을 상납받아 국고손실 및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처음부터 국정원장과 공모해 국정원장 특수활동비를 횡령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33억 원에 한해 국고손실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후인 2016년 9월 경 전달된 2여억 원은 “피고인 지시와 승인과 무관하게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며 범죄 금액에서 제외했다.

뇌물 혐의는 증거불충분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국정원장이 특별한 동기 없이 대통령 지급 요구에 응한 것으로 특정 청탁이 매개로 이뤄지는 일반적인 상하급자간 뇌물 사건과 다르다”며 “대통령이 처음부터 부정한 목적으로 자금을 요구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전 정부에서도 동일한 관행이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이 사건 범행으로 국고 손실 규모가 상당하며 자금 일부를 사저관리, 개인 의상실 유지비 등 사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정원 자금이 국가와 국민 안전 보장에 활용되지 않음으로써 위험도 초래됐다. 그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7월20일 오후 박씨의 국정원 자금 국고손실 사건 및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었다. 사진=JTBC 생중계 캡쳐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7월20일 오후 박씨의 국정원 자금 국고손실 사건 및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었다. 사진=JTBC 생중계 캡쳐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내 ‘친박 인사’에게 유리한 선거운동 기획에 개입한 혐의는 전부 유죄로 인정됐다. 박씨는 당내 ‘비박계’ 후보를 배제하고 친박 인물을 등용시키고자 청와대 정무수석실을 동원해 △여론조사 실시 △선거전략 마련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등에 개입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당시 새누리당과 당 사무처는 비박계 영향력 아래 있어 경선 및 총선과 관련해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담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일련 행위들 모두 피고인에 대한 보고와 명시적·묵시적 승인·지시 하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한 “선거는 국민주권주의와 대의제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핵심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를 위한 가장 우선적 책임은 헌법 수호자이자 국정 총책임자인 대통령에게 있다”며 “피고의 행위로 20대 총선에서 주권자의 의사 왜곡되고, 선거의 공정성이 심각히 훼손될 위험성이 초래됐음에도 피고는 이 사건을 지시하거나 승인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박씨는 이날 오전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식) 심리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항소심 결심에서 징역 30년에 벌금 1185억원 구형을 받았다. 검찰은 같은 사건 1심에서 동일한 구형을 내렸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지난 4월 전 대통령 박씨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이로써 박씨의 수감 기간은 특가법 상 뇌물 사건 관련 징역 24년에 국정원 자금 국고손실 관련 6년,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2년 등을 더한 32년이 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는 다음 달 24일 오전 10시 박씨 및 박씨와 공범인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2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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