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정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부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판결이 내려졌다. 

많은 언론은 참사 발생 뒤 4년3개월이 지나서야 나온 법원 판결에 당시 해양경찰의 책임만 인정하고 재난 컨트롤타워가 작동하지 않아 구조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의 근본적인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며 ‘반쪽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재판장 이상현)는 “청해진해운 임직원들이 화물 과적과 고박 불량 상태로 출항시키고 선장 및 선원들이 승객 구호 없이 퇴선한 행위로 희생자들이 사망에 이르게 됐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가에 대해서는 “해경 123정장이 승객들에 대한 퇴선 조처로 생명을 보호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위법행위”라고만 책임을 물었다. 유족들이 국가 책임이라고 주장한 ‘국가 재난 컨트롤타워 미작동’이나 ‘구조본부의 부적절한 상황 지휘’ 등에 대해서는 “직무상 위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사망과도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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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정부의 구체적 책임을 밝혀내기 위해 고통 속에서 4년여를 버텨온 유가족들의 기대나 국민들의 법 감정에 비춰보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늦게까지 침실에 머무르는 등 ‘7시간의 미스터리’를 둘러싸고 국민적 비난이 들끓었던 현실과도 한참이나 동떨어진 결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고시각 조작에 이은 청와대의 조직적 은폐 등으로 ‘7시간’의 진실과 책임은 탄핵 사유와 형사판결문에 이어 민사판결에서도 빠지게 됐다”면서 “이번 판결이 당시 대통령과 청와대 컨트롤타워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데 악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2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의 추가 조사를 통해 정부의 책임이 제대로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도 사설(국가책임 인정하면서 경비정만 탓한 세월호 배상 ‘반쪽 판결’)에서 “무엇보다 너무도 마땅하고 당연한 판결이 내려지는데 4년이란 시간이 걸렸다는 게 안타깝다. 법원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잘못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거나 출동한 경비정에만 물은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한국일보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과 무책임뿐 아니라 청와대 참모들까지 총출동해 보고 시간 조작 등 책임을 은폐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그 후 정부는 진상 규명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유족들을 사찰하는가 하면,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강제 해산시켰다”며 “유족들의 소송 제기는 단순히 국가의 책임을 인정해 달라는 게 아니라 바로 이런 점을 밝혀 달라는 요구였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소송에 나선 유족들은 국가의 책임을 법적으로 판단받겠다며 정부가 지급한 배상금을 거부해 왔다”며 “이런 이유로 재판에선 배상 액수보다 국가의 책임 인정 여부에 관심이 쏠렸지만 이번 판결은 유족들의 상처를 치유하기에는 실망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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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세월호 유족들이 배상금을 받기 위해 소송한 게 아닌데도 어김없이 이번에도 배상금을 부각해 보도한 언론이 있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다.

조선일보의 세월호 참사 국가 책임 인정과 관련한 기사 제목은 “법원 ‘세월호, 국가 일부 책임’… 희생자 가족에 6억 배상”이었다. 부제도 “손해배상금 723억원 지급 판결… 소송 안 한 가족들은 평균 4억 수령”이라고 달았다. 조선일보는 법원이 국가의 어떤 책임을 인정했는지 보다 유족이 평균 ‘6억 원’을 받는 데 관심을 보였다.

조선일보는 법원이 ‘구조본부의 부적절한 상황 지휘’와 ‘국가재난 컨트롤타워 미작동’ 등을 “희생자들의 사망과 인과관계 없다”고 판단한 점에 대한 지적은 전혀 없고, “2심은 정부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매우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지금보다 더 큰 책임을 묻는 재판이 되길 기대한다”는 유경근 4·16 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의 말만 마지막에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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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도 1면 “‘세월호 국가책임’ 희생자 1인당 위자료 2억 판결”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단원고 희생자 부모에게 지급되는 전체 배상금과 별로도 국민성금으로 위로지원금이 얼마나 지원되는지까지 일일이 나열해 설명했다.

중앙일보는 6면에서도 “법원은 그동안 형사재판을 통해 세월호 선장과 선원, 세월호 구조에 나섰던 목포 해경 123정 정장 등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을 유죄로 확정했다”는 내용을 전하면서도 제목은 “법원, 세월호 가족 위자료 따로 산정 … 부모 각각 4000만원”으로 뽑았다.

중앙일보는 이번 민사소송 결과와 3년 전 4·16 세월호 참사 배상 및 보상심의위원회에서 책정한 배상금을 비교하며 배상금 합계가 약 1억8000만 원 늘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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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겨레는 “(희생자) 위자료는 교통사고를 기준으로 해 논란이 됐던 ‘4·16 세월호 참사 배상 및 보상 심의위원회’의 위자료(1억 원)보다 높다”며 “대법원이 지난 2016년 대형재난사고의 기본 위자료를 2억 원으로 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대법원의 위자료 산정방안을 보면, 대형재난사고 위자료는 고의적 범죄행위로 인한 사고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2배인 4억 원까지 줄 수 있도록 했다”며 “세월호 참사가 희생자가 304명이나 달했던 전례가 없는 대형재난사고인 점을 고려하면 위자료 액수마저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세월호 참사 책임과 무관한 국민성금을 위자료 액수 산정에 고려했다. 한겨레는 ‘세월호 사고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이 중대하고 광범위하였을 뿐만 아니라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필요가 큰 점 등 일반적인 사고와 다른 세월호 사고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했다는 재판부의 입장이 무색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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