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항공사 노조가 “항공산업 필수유지업무 지정이 항공사 파업권을 과도히 제한해 오너 일가 폭주를 견제하지 못했다”며 노동부장관에 법 개정을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 항공연대협의회(협의회)는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회견을 열고 “항공노동자의 과도한 파업권 제한은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고 위헌 소지마저 있다”며 노조법 개정 입법 의견서를 노동부에 제출했다. 항공연대협의회엔 아시아나항공노조, 아시아나조종사노조, 대한항공조종사노조, 한국공항공사노조가 모여 있다.

▲ 공공운수노조 항공연대협의회(이하 협의회)는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노조법상 항공운수사업의 필수유지업무 지정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 공공운수노조 항공연대협의회(이하 협의회)는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노조법상 항공운수사업의 필수유지업무 지정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문제 조항은 항공운수사업을 ‘필수유지업무’로 정한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시행령이다. 시행령은 탑승수속 및 보안검색, 조종 및 승무, 항공기 급유·유도·제설 등 항공운수업 전체를 14가지로 분류해 필수유지업무로 정한다.

노조법 제42조2가 정하는 필수유지업무는 ‘필수공익사업 중 업무가 정지되는 경우 공중의 생명·건강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다. 항공운수업은 2006년 노조법이 개정되면서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돼 지금까지 필수유지업무로 유지됐다.

필수유지업무 지정 사업장의 직원들은 파업 등 쟁의행위가 일부 제한된다. 노조법에 따르면 업무가 최소한으로 운영되도록 업무유지 업무와 비율을 노사 협정으로 정해야 한다. 이 협정을 어기면 불법이 된다.

노동계는 업무유지율이 회사에 일방으로 유리하게 지정됐다고 비판했다. 업무유지율이 약 80%인 대한항공조종사노조는 2016년 파업 때 2314명 중 482명만이 파업이 가능했다. 업무유지율이 77.5% 가량인 승무원은 전체 6000여 명 중 1350여 명만 파업이 가능했다.

협의회는 14가지 업무 중 ‘항행안전시설과 항공기 이·착륙 시설의 유지·운영을 위한 업무’를 제외한 13가지를 전면 지정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13가지 업무가 “‘공중의 생명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업무’가 아니고 ‘공중의 일상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로 볼 수도 없다”고 했다.

그 이유는 △항공운송상 대체노선이 있고 △아시아지역에 인천공항을 대체할 다른 허브공항도 많고 △국내 취항한 외국항공사도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국제선은 1998년 184개에서 2015년 342개로 86%가량 증가했다.

협의회는 △항공시장은 10개 국적사 및 외항사 84개가 경쟁하고 △양대 국적항공사의 수송분담율은 10년 간 20~25%대로 낮아졌고 △KTX·SRT 고속철도 등 내륙운송 대체수단도 다양해졌다고 밝혔다.

UN 사회권규약위원회도 지난해 10월 한국 정부에 “합법파업의 요건을 완화하고, 파업이 금지된 필수서비스의 범위를 엄격히 규정해 파업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최종 권고문을 채택했다.

협의회는 입법의견서에서 “노동자들의 경영에 대한 견제기능이 사실상 사라졌고 ‘땅콩회항’, ‘물컵 갑질 사건’, ‘성희롱 의혹’, ‘기내식 대란’, 각종 탈세·배임 등 내 양대 항공사 경영진의 온갖 불법 경영행위와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여러 사태를 통해 확인했듯 항공사는 완전한 개인 소유 기업에 불과하다. 과도한 파업권 제한은 노조가 민주적으로 회사를 자정할 힘을 거세했고 오늘날 오너 일가의 폭주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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