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최순실 게이트’ 당시 불공정 보도 논란을 부른 기자와 보도 책임자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다. 사내 일각에선 징계 수위가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합뉴스는 지난 11일 회사 명예 실추를 이유로 엄아무개 국제경제부 선임기자(부국장급)에 ‘경고’ 징계를 내렸다. 앞서 10일 연합뉴스TV도 문제가 된 보도를 한 이아무개 기자에 ‘경고’ 조치했다.

이 기자는 지난 2016년 10월 박근혜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민낯을 폭로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을 겨냥한 리포트(“두 얼굴의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 H약품에 30억원 요구”)를 보도했다. 지금은 연합뉴스 소속인 엄 기자는 당시 연합뉴스TV 보도국장이었다.

이 기자 리포트는 최씨 영향력 아래 있던 미르재단 측 관계자들이 취재원으로 등장하는 기사로 이성한 전 총장이 폭로에 나서기 전 한 기업체와 돈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는 내용이다. ‘내부 고발자’인 이성한 전 총장 도덕성에 의혹을 제기한 보도였다. 기사 시점은 국정농단 게이트 포문을 연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보도 이틀 전이었다. 

▲ 연합뉴스TV는 지난해 2월 고영태 녹취록 일부를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TV
▲ 연합뉴스TV는 지난해 2월 고영태 녹취록 일부를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TV
문제가 된 보도는 또 있었다. 지난해 2월 이 기자는 최씨 비리를 폭로한 고영태씨의 녹취록을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 이 리포트는 “틀을 몇 개 짜놓은 다음 빵 터져서 날아가면 이게 다 우리 것이 된다”, “난 그 그림을 짜고 있는 거지” 등 고씨 발언을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세력은 ‘고영태 녹취’를 근거로 국정농단 의혹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탄핵 반대세력이 연합뉴스TV 보도 등을 자기 주장의 근거로 활용한 것도 이번 징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두 보도가 최씨에 유리한 보도였다는 점에서 연합뉴스TV와 연합뉴스 안팎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는 보도”라는 지적과 함께 보도 경위에 의문이 제기됐다. 

연합뉴스TV 관계자는 1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두 기사가 공정보도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자체 조사팀을 구성해 보도 과정의 문제점을 조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고 조치에 “확인된 팩트를 판단해 결론 내렸다. 다만 당시 경영진이 퇴진했고 관계자들 기억이 명확치 않거나 진술이 엇갈려 기사 송고 과정을 정확히 확인하긴 어려웠다”고 말했다.

징계받은 이 기자는 고영태 녹취 보도와 관련 “고영태 녹취 파일은 검찰이 확보하고 있었기에 내가 보도하지 않아도 누군가 보도했을 것”이라고 했다. 파일 확보에 시차가 있을 뿐 타사 기자가 입수했다면 마찬가지로 기사화할 만큼 보도 가치는 있다는 것이다. 관련해 당시 연합뉴스TV 보도 책임자인 엄 기자 입장도 듣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사내 일각에선 징계 수위가 낮다는 원성도 나온다. 연합뉴스 노조 게시판에 한 조합원은 이성한 전 사무총장을 겨냥한 보도에 “제보자 도덕성을 훼손해 거악을 물타기하고 사안을 진흙탕 싸움으로 몰아가려는 의도적 보도”라며 “이 보도는 연합뉴스TV의 대표적 적폐 보도로 꼽힌다고 한다. 연합뉴스TV의 모회사인 연합뉴스 명예를 훼손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의 한 기자도 “최순실을 보호하기 위한 기사들이 아니었는지 여전히 의혹이 풀리지 않고 있다. 결과는 큰 의미 없는 경고였다. 사실 관계 규명을 제대로 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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