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간부가 부서 기자들에게 성차별 발언을 쏟아내 사내 논란이 일고 있다. “아무리 많이 배운 여자도 ‘맘’이 되면 다 벌레가 된다”, “어디서 저런 여자들이 기어나온 것이냐”, “여자들이 겁도 없이 남의 차를 타니 문제가 생긴다” 등 성차별 발언을 구성원에 발언한 것을 두고 내부 기자들 반발이 일었다.

지난 12일 한국여기자협회 한경지부·한국기자협회 한경지회·한경 바른언론실천위원회 등이 낸 성명을 보면 A 부장은 지난 11일 오전 ‘맘카페 갑질’ 기사를 발제한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아무리 잘 교육받고 고상한 일을 하는 이들도 맘이 되면 다 벌레가 된다”며 “너도 맘충 같은 행동 안 할 거라고 장담하지만 결혼해서 애 낳으면 아무리 많이 배웠어도 여자들은 다 그렇게 되는 묘한 게 있다”고 주장했다.

A 부장의 문제적 발언은 이뿐 아니다. 지난해 5월 부서회의에서 A 부장은 ‘카풀(승차공유)앱 이용자를 노리는 성범죄가 있다’는 보고에 “여자애들이 겁도 없이 남의 차를 타고 다닌다”고 말했고 지난 6월 여성 차별에 반대하는 ‘혜화역 시위’에 나온 일부 극단적 문구를 두고도 “그동안 여자들을 봐준 줄 모르고…. 자기들 위치가 어딘지 (기사를 써서) 똑바로 알려줘”라고 지시했다.

▲ 한국경제신문 홈페이지.
▲ 한국경제신문 홈페이지.
한경 기자들에 따르면 한 페미니스트 단체가 ‘여성의 가슴은 음란물이 아니’라면서 반라시위를 한 사건에 대해서 A 부장은 “여성의 가슴이 음란물이 아니면 뭐냐”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검찰 내 미투 운동을 다룬 한경 기사에 “조직 내 여성 비율이 30%를 넘어가면 문제가 생긴다”는 내용이 실린 것 역시 A 부장과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A 부장이 부서 회의에서 “내 생각이 곧 신문 생각이고 오피니언 리더들의 생각”, “동의하지 않아도 예민하게 굴지 말고 따르라”는 등 건전한 소통과 대화를 막고 있다는 지적도 내부에서 제기됐다.

한국여기자협회 한경지부·한국기자협회 한경지회·한경 바른언론실천위원회는 A 부장의 공개 사과와 A 부장에 대한 회사의 중징계,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들은 “회사 동료이자 편집국 상당수에 해당하는 여성 기자 전체에게 모욕감을 안겨주는 발언이자 언론인의 기본 자질을 의심케 하는 발언”이라며 “이런 인식을 부원과 후배, 나아가 한경 조직 전체와 한경 독자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지면을 사유화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그동안 사회부에서는 건전하게 비판하려는 기사도 혐오를 조장하는 형태로 바뀌어 왔다”며 “팩트가 맞지 않는데도 데스크 시각에 맞춰 기사를 ‘만들어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취재 기자들이 발제 단계에서부터 무한한 자기검열에 빠지면서 민감한 이슈는 발제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A 부장은 13일 오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금 통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안 된다.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 사실관계도 많이 다르다”고만 했다. 사실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에는 답하지 않았다. 사측 관계자도 “노조에 물어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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