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KBS 기자의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을 다룬 독립언론 ‘뉴스타파’ 보도가 사실에 부합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이상윤)는 임창건 전 KBS 보도국장이 뉴스타파와 담당기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공동해 4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KBS 기자의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은 지난 2011년 6월23일 당시 민주당 의원들의 비공개 수신료 인상 관련 회의내용을 KBS 기자가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회의 다음날 민주당 회의내용을 폭로한 한선교 의원은 “문건 작성자는 민주당이고 KBS에서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지난해 6월8일 뉴스타파 ‘민주당 도청의혹사건… KBS 전 보도국장 “우리가 한나라당에 줬다”’ 갈무리.
▲ 지난해 6월8일 뉴스타파 ‘민주당 도청의혹사건… KBS 전 보도국장 “우리가 한나라당에 줬다”’ 갈무리.
▲ 지난해 6월8일 뉴스타파 ‘민주당 도청의혹사건… KBS 전 보도국장 “우리가 한나라당에 줬다”’ 갈무리.
▲ 지난해 6월8일 뉴스타파 ‘민주당 도청의혹사건… KBS 전 보도국장 “우리가 한나라당에 줬다”’ 갈무리.

뉴스타파는 지난해 6월 “민주당 사람 도움을 받아 녹음기 같은, 핸드폰 같은 것을 누가 갖다 (놔) 줬다”는 임창건 당시 KBS 보도국장 발언을 보도했다. “문건은 우리가 만든 것이다. 녹취록은 아니고 발언을 정리한 보고서를 우리가 만들었다”거나 “보고서 문건을 한나라당 측에 건네준 사람도 KBS 인사였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임 전 국장은 “허위 보도이며 동의 없이 사적인 통화를 녹음한 뒤 재생해 음성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지난해 7월 뉴스타파에 3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전체적으로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보도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 이익을 위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고 원고가 스스로 발언한 내용을 그대로 보도한 것으로 진실한 사실이므로 보도행위는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임 전 국장 명예훼손 여부에는 “원고에 대한 사회적 가치나 평가에 영향을 주는 사정들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임 전 국장 동의 없이 전화통화를 녹음해 보도한 행위는 음성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통화를 녹음하는 것이나 이를 보도에 사용하는 것에 원고 동의를 받거나 고지한 바 없고, 보도에서 음성이 변조되지 않았고 실명과 얼굴사진도 노출됐다”며 “침해행위의 긴급성이나 침해방법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뉴스타파는 음성권 침해를 인정한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보도를 한 최경영 기자는 10일 미디어오늘에 “보도 진실성에 문제없고 공익을 위한 보도라 인정하면서도 음성권 침해라고 판결한 점을 납득하기 힘들다. 사건 최종 책임자 중 한 사람인 KBS 당시 보도국장의 자백을 전달하면서 어떻게 보도국장임을 감추고 음성을 변조해 익명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최 기자는 “이런 식의 판결이면 자연스러운 모임, 통화 등에서 진실을 말하거나 실언한 공직자·공인 정체를 밝히지 말라는 것이 된다. 언론자유에 대한 명백한 훼손이자 탐사보도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스타파는 항소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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