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화두다. 넷플릭스가 통신사와 제휴를 맺고 국내 콘텐츠를 적극 제작하면서 언론과 업계에선 ‘생태계 파괴’ ‘황폐화’ ‘장악’과 같은 격한 언어가 쏟아진다. 지상파4사 사장은 지난달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을 만나 넷플릭스에 정책적 대응도 요구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넷플릭스를 둘러싼 각종 논의가 쏟아졌다.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우선 넷플릭스 논의에 정작 ‘시청자’가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문기사를 보면 생태계가 파괴되고 붕괴된다고 한다. 한국에선 신규 미디어가 들어올 때마다 이런 가정에 의한 논리가 나오는데 사업자 보호보다는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시장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가 왜 케이블을 떠나고 IPTV로 이동하고, 왜 지상파를 떠나 CJ로 가고, 왜 네이버에서 유튜브로 이동하고 있는가. 답은 만족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라며 “소비자들은 품질이 우수하고 콘텐츠가 재밌고 시대흐름을 잘 반영한다면 그것이 넷플릭스인지 아닌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사업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맞서 싸울지, 아니면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올라탈지 선택해야 한다. 넷플릭스의 경쟁사업자인 지상파3사가 만든 OTT 푹(POOQ)을 운영하는 콘텐츠연합플랫폼의 이희주 플랫폼사업본부장은 현 상황을 6·25 전쟁에 빗대며 “부산까지 밀렸다”고 표현했다. 그는 “국내 콘텐츠사업자들이 뭉칠 필요가 있다. 애국심 때문에 하자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유리한지 아닌지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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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기회’일 수도 있다. 지상파처럼 뭉쳐서 플랫폼을 만든다면 넷플릭스가 경쟁자겠지만 콘텐츠 사업자라면 많은 플랫폼에 콘텐츠를 많이 팔수록 이익이 남고, 해외판매망 없이 계약만으로도 세계 곳곳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넷플릭스는 매력적인 제휴 대상이다. CJE&M은 자체 플랫폼 티빙을 운영하지만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이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는 것도 이 같은 고민의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넷플릭스가 매력적인 제휴 상대가 아닐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임석봉 JTBC 팀장은 “넷플릭스가 단기적으로는 단비와 같지만 넷플릭스에 유통한 콘텐츠가 어느 정도가 적정한 가격인지, 해외 시청자들이 얼마나 보는지 등을 알 수 없다. 우리가 직접 콘텐츠를 갖고 해외에 나가면 더 많은 시청자에게 팔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중장기적으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황성연 닐슨코리아 미디어조사부문 부장은 ‘실시간 방송’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흔히 OTT라고 부르며 같은 성격의 사업자로 분류하지만 넷플릭스는 푹, 티빙과 달리 실시간 채널이 없는 사업자”라고 말했다. 푹은 지상파·종편·기타 유료방송채널을, 티빙은 CJ계열 채널과 종편 및 기타 유료방송채널을 실시간 서비스하고 있다.
사람들이 TV에서 떠나는데 실시간 방송이 의미가 있을까. 황 부장은 “거꾸로 생각하면 왜 유튜브와 페이스북이 실시간 서비스를 하려고 할까. 실시간이 사라지고 VOD기반으로 변화할 거라고 하지만 이미 실시간 시청습관이 자리잡고 있다. 라이브의 가치를 지켜내면서 VOD를 통해 어떻게 결합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