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에 ‘월드컵 특수’는 옛말이지만 뉴미디어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 이어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지상파가 유의미한 수익을 내기 힘들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관계자는 “정확한 추산은 힘들지만 저녁 시간대 경기가 있어 4년 전보다는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지상파는 브라질 월드컵 당시 100억 원 대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월드컵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가격이 치솟는 중계권과 변화하는 미디어 소비를 감안하면 앞으로도 지상파가 월드컵으로 ‘재미’를 보기는 힘들다.

대신 이번 월드컵은 그 어느 때보다 온라인 콘텐츠가 주목 받았다. 지난 5월 DMC미디어 조사 결과 경기 시청과 확인을 위해 모바일(64.0%)을 이용하겠다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DMC미디어는 “대중의 스포츠 미디어 이용에 모바일이 주요 매체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지상파 3사는 독점 중계권을 바탕으로 젊은 시청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온라인 경쟁에 적극 뛰어들었다. 특히 SBS는 방송뉴스 클립을 그대로 온라인에 올리는 방식을 벗어나 SBS뉴스, 비디오머그, 스브스뉴스 3개 브랜드가 브랜드 정체성에 맞는 콘텐츠를 따로 제작해 올리며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 스브스뉴스 유튜브 월드컵 콘텐츠 화면 갈무리.
▲ 스브스뉴스 유튜브 월드컵 콘텐츠 화면 갈무리.

이주형 SBS 보도본부 뉴미디어제작부장은 “채널이 여러 개라고 같은 영상을 여러 곳에 올리면 ‘갉아먹기’가 된다. 각 채널마다 다른 콘텐츠를 올렸다. 20대 여성이 많은 스브스뉴스와 30대 뉴스 이용자가 많은 비디오머그는 개별 채널의 정체성과 구독자의 특성을 감안해 제작했고, SBS뉴스는 날 것의 속보성 클립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SBS 3개 브랜드에서 제작한 월드컵 영상은 300여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대박’의 기준인 100만 조회 수를 넘은 콘텐츠가 7개에 달했으며 2개 콘텐츠는 200만 조회 수를 넘겼다. 월드컵 대표팀 해단식 중계영상은 시작 때만 해도 비디오머그 이용자가 3000명, KBS뉴스 이용자가 1만362명으로 큰 차이를 보였으나 비디오머그 진행자가 출연하고 선수들이 나오지 않는 시간대에 비디오머그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중반부터는 비디오머그 접속자수가 2만 명까지 늘어 KBS뉴스(1만7500여명)를 추월했다.

3일 기준 소셜미디어 성과측정 사이트 ‘소셜 블레이드’ 뉴스 부문에서 비디오머그 채널은 19위를 기록했다. 국내 뉴스채널 가운데 1위다.

MBC는 온라인 중계를 강화했다. 온라인 해설위원으로 유명 크리에이터 감스트를 발탁하고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게스트로 출연시키며 시너지를 냈다. 감스트는 부진한 선수에게 “빼야 된다”고 하는 등 한국팀이 부진하면 강도 높게 비판하고 때로는 욕설도 하는 방식의 중계를 선보였고 한국과 같은 조에 편성된 경쟁국 경기 때는 한국팀에 유리한 결과를 노리며 철저한 편파중계를 선보였다. MBC에 따르면 감스트의 중계는 꾸준히 10만 이상의 접속자를 기록했고 독일전 접속자 수는 34만 명에 달했다.

▲ 감스트 아프리카TV 중계 화면 갈무리.(사진은 편집 후 유튜브에 올린 콘텐츠).
▲ 감스트 아프리카TV 중계 화면 갈무리.(사진은 편집 후 유튜브에 올린 콘텐츠).

온라인 플랫폼 전쟁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가장 큰 변수는 네이버였다. 재판매 비용과 광고수익 배분 등을 놓고 협상을 벌이던 네이버와 지상파의 계약은 끝내 불발됐다. 지상파가 값비싸게 중계권을 구입한 상황에서 이용자가 많은 네이버에 전보다 많은 금액을 요구했고, 네이버는 중계권 구입을 망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팀이 선전해 16강 진출이 가시화되면 네이버가 다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었으나 한국팀이 내리 2패를 하면서 네이버는 중계권에 눈독을 들이지 않았다. 네이버는 지상파가 제공하는 하이라이트 클립 영상만으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가 빠진 상황에서 월드컵 중계를 선보인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들은 예상보다 큰 반사이익을 누렸다. SK브로드밴드의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서비스인 옥수수는 독일전 경기 당일인 지난달 27일 일 평균 트래픽이 4.5배 급증했다. 지상파가 만든 OTT 푹(POOQ)은 주간 신규가입자가 2~3배 늘었다. 푹 관계자는 “독일전 당일에는 접속자가 8배까지 늘어나는 등 기대보다 성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 아프리카TV, 푹, 옥수수 로고.
▲ 아프리카TV, 푹, 옥수수 로고.

아프리카TV는 지난달 19일 기준 순방문자가 월드컵 이전인 9일보다 46% 늘었고 한국팀이 치른 세 경기 평균 최고 동시 시청자수가 70만~80만 명으로 집계됐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방송사 중계와 달리 편파중계 등 아프리카TV BJ들의 특색 있는 방송 진행이 전보다 주목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온라인 플랫폼의 월드컵 특수가 한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디어 시장의 흐름이 TV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온라인 시장이 크지 않아 당장은 ‘대박’을 터뜨리기 힘든 상황이다. 푹 관계자는 “이용자가 늘어난 것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우리는 유료결제 기반 서비스이기 때문에 늘어난 회원들이 한 달 무료이용 기간 동안 서비스를 계속 써 보게 하고 이들을 유료회원으로 확보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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