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장자연씨 성상납 강요 사건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장자연 리스트’를 재수사한 검찰이 지난 26일 장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전직 조선일보 기자 조아무개씨를 불구속기소하면서 9년 전 무혐의 처리한 사건의 진상이 밝혀질지 관심이 커진다.

언론도 이 사건을 다시 보도하고 있다. 장씨와 같은 소속사 신인 배우였던 윤아무개씨는 지난 28일 JTBC ‘뉴스룸’과 통화에서 조씨 성추행에 “그날이 소속사 대표님 생일 파티였다. 기업인도 있었고 정치인도 있었다. 모르는 사람도 아는 분도 있었는데 낯선 분위기였다”고 입을 열었다. 윤씨가 말한 해당 기자는 장자연 사건 당시 이미 조선일보는 퇴사한 상태였다. 

▲ 장자연씨와 같은 소속사 신인 배우였던 윤아무개씨는 지난 28일 JTBC ‘뉴스룸’과 통화에서 “당시 탁자 위에 있던 언니(장자연씨)를 끌어당겨 무릎 위에 앉히고 성추행까지 이어졌다. 이런 일을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며 성추행 현장을 증언했다. 사진=JTBC ‘뉴스룸’ 갈무리
▲ 장자연씨와 같은 소속사 신인 배우였던 윤아무개씨는 지난 28일 JTBC ‘뉴스룸’과 통화에서 “당시 탁자 위에 있던 언니(장자연씨)를 끌어당겨 무릎 위에 앉히고 성추행까지 이어졌다. 이런 일을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며 성추행 현장을 증언했다. 사진=JTBC ‘뉴스룸’ 갈무리

윤씨는 “제가 뚜렷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경찰과 검찰에서 반복적으로 조사 받았기 때문”이라며 “당시 탁자 위에 있던 언니(장자연씨)를 끌어당겨 무릎 위에 앉히고 성추행까지 이어졌다. 이런 일을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고 증언했다.

KBS ‘뉴스9’도 이날 윤씨 인터뷰를 보도하며 “(전직 조선일보 기자였던) 조씨는 첫 수사 당시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KBS 취재 결과 새롭게 드러났다”며 “술자리에 있지도 않은 증인을 내세워 추행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게 했다. 당시 수사팀은 이를 확인하고도 조씨를 무혐의 처분했다”고 보도했다. 

조씨는 지난 5월 미디어오늘에 “내 입장은 걱정 안 해줘도 된다. 조사를 성실히 받고 열심히 할 테니까 성원해 달라”고 했다.

K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J’도 29일 페이스북에 2009년 ‘장자연 문건’을 최초 보도한 임종빈 KBS 기자 인터뷰를 선공개했다. 9년 전 문건에 언급된 ‘조선일보 방 사장’을 두고 설왕설래가 적지 않았다.

임 기자는 “당시 조선일보가 각 언론사에 이례적으로 문건을 배포했다. ‘본사의 이름과 본사 최고 경영자의 성을 실명으로 거론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의 문서를 뿌렸다”고 증언했다.

이 시기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조선일보는 장자연 리스트 관련 조선일보 사주 연루 의혹을 제기한 이종걸 민주당 의원과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KBS·MBC를 비롯한 언론사와 언론단체 관계자 등을 상대로 무더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패소했다.

▲ K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J’도 29일 페이스북에 2009년 ‘장자연 문건’을 최초 보도한 임종빈 KBS 기자 인터뷰를 선공개했다. 사진=KBS ‘저널리즘 토크쇼J’ 갈무리
▲ K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J’도 29일 페이스북에 2009년 ‘장자연 문건’을 최초 보도한 임종빈 KBS 기자 인터뷰를 선공개했다. 사진=KBS ‘저널리즘 토크쇼J’ 갈무리
임 기자는 “그 보도 이후 장자연 보도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조선일보라는 실명을 공개 자리에서 거론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소송은 나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했다. 이 인터뷰는 내달 1일 오후 10시30분 KBS1TV에서 방송된다.

MBC PD수첩도 장자연 사건을 취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PD수첩은 지난 5월 “故 장자연씨 사망의 배경과 당시 검·경 수사 과정에 대한 제보를 받는다”면서 제보자 모집을 알렸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조선일보·TV조선의 반응이다. 논란이 재점화됐지만 조선미디어그룹 차원의 대응은 눈에 띄지 않는다. 방 사장은 검·경 수사 결과 장씨와 만난 적 없는 걸로 밝혀졌으나 수사가 어디까지 닿을지 알 수 없다.

일단 사안을 주시하는 모양새다. 조선일보 사보나 보도에서 ‘장자연’ 이름 석 자를 찾기 어렵다. 조선일보는 지난 4월 검찰 과거사 위원회가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사전조사 대상사건으로 선정했다는 단신을 전했을 뿐이다. 물론 내부에서 이 사건 대응 조직을 따로 마련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 MBC PD수첩은 지난 5월 “故 장자연씨 사망의 배경과 당시 검·경 수사 과정에 대한 제보를 받는다”면서 제보자 모집을 알렸다. 사진=MBC ‘PD수첩’ 유튜브 갈무리
▲ MBC PD수첩은 지난 5월 “故 장자연씨 사망의 배경과 당시 검·경 수사 과정에 대한 제보를 받는다”면서 제보자 모집을 알렸다. 사진=MBC ‘PD수첩’ 유튜브 갈무리
TV조선은 방정오 대표이사 전무가 연루돼 있다. 그는 방 사장 둘째 아들이다. 그는 장씨 어머니 기일에 서울 청담동에 있는 한 호텔 지하 유흥주점에 장씨와 술자리를 가졌다. 경찰 내사를 받다가 수사가 중단됐다.

조선일보 한 기자는 “조선일보 출신 인사가 최근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는데 부끄러운 일”이라면서도 “복수의 추가 증언이 나오지 않는 한 이 사건이 제대로 규명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사 수정 : 7월 23일 1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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