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8일(현지시간) 포르투갈에서 열린 WEF(WORLD EDITORS FORUM)포럼 중 ‘진실, 신뢰 그리고 오보와의 싸움’ 세션은 저널리즘의 위기에 맞선 다양한 시도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날 가장 관심을 모았던 사례는 전문기자+독자 참여형 비영리 팩트체크 모델인 영국 ‘위키트리뷴’이었다. 위키트리뷴은 검증된 전문기자와 자원봉사자들이 모인 플랫폼으로 2017년 4월 설립됐으며 위키백과를 운영하는 위키미디어 재단과는 독립적인 사이트다. 위키트리뷴은 광고 없이 후원모델로 운영되며 누구나 위키트리뷴에 참여할 수 있다. 위키트리뷴 기자들은 인터뷰 전문이나 기사의 주요사실이 기록된 1차 소스를 제공하는 등 해당 기사의 출처를 명확히 제공해야 한다. 독자들은 기사 내용을 수정하고 덧붙일 수 있으며, 변경 사항은 내부 검증 뒤 반영된다.
코펠은 뉴스가 망가진 이유로 △클릭과 광고모델에만 의존하는 언론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필터버블 △급진적인 주장이 과대대표 되는 것 등을 꼽으며 이 같은 구조적 한계 속에 “뉴스가 일방적인 편견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고 진단하며 “위키트리뷴은 모든 걸 오픈하고 중립성을 지키며 다양성과 질적 수준을 중요하게 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특히 “소셜미디어 속 루머가 위험하다”며 “공동체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여겨볼 또 다른 사례는 노르웨이 ‘팩티스크(faktisk)’다. 노르웨이 주요매체인 VG, Dagbladet, NRK, TV2의 지원으로 탄생한 팩트체크 연합체로, 한국으로 치면 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KBS가 팩트체킹 프로젝트를 공동 진행하는 격이다. 비영리 조직이지만 예산의 절반 이상을 팩트체크를 요청하는 파트너로부터 얻고 있다. 이들은 ‘틀림없는 사실’부터 ‘틀림없는 거짓’까지 5점 척도 스케일을 사용하며 보도의 출처를 재확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 헬리 솔버그 팩티스크 의장은 “가짜뉴스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미디어리터러시(비판적 독해능력)로 뉴스를 접하는 시민들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라며 언론이 미디어리터러시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자리에선 가짜뉴스의 플랫폼으로 비판받고 있는 구글과 페이스북에 대한 ‘성토’가 이어져 한국과 유사한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페이스북은 가짜뉴스에 대한 경각심이 높은 독일에서 직원수를 늘리고 뉴스피드 내 논쟁이 된 콘텐츠를 표시하기 위해 비영리 팩트체크 기관 ‘코렉티브(Correctiv)’와 협력하고 있지만 우려를 완전히 없애진 못했다. 이와 관련 울프강 크래시 독일 쥐트도이체 차이퉁 편집장은 “페이스북과 구글은 모든 것을 연결시킨다고 말하지만 어차피 비즈니스 플랫폼에 불과하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사고가 발행하면 책임을 지지만 페이스북과 구글은 가짜뉴스의 확산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우리가 오보와 가짜뉴스 플랫폼에 맞서 세계적인 연대로 맞서야 하는 이유다”라고 밝혔다.
아일랜드 ‘인티펜던트 뉴스 앤 미디어(Independent News and Media)’ 편집장 스테판 래는 미국 트럼프 대선과 브랙시트 사례를 언급하며 “구글과 페이스북이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해 압박감과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며 “구글과 페이스북에서 가짜뉴스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검증된 정보는 △진짜 △가짜 △근거 불충분 등으로 분류돼 크로스체크 웹사이트에 실렸다. 여러 언론사의 교차 검증으로 팩트체킹을 하는 포맷인데, 한국에선 지난 대선에서 유명세를 탄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 FactCheck’가 이와 가장 유사한 모델이다. 크로스체크 프로젝트에 참여한 언론인들은 팩트체크가 뉴스수용자를 위한 공적 서비스라는 점을 인식했다.
지난 4월에는 국경없는 기자회·AFP통신·유럽방송연맹·글로벌에디터네트워크가 가짜뉴스에 맞서기 위한 ‘저널리즘 트러스트 이니셔티브’(JTI)를 출범시켰다. 크리스토퍼 들루아르 국경없는기자회 사무총장은 “거짓 정보가 진짜 뉴스보다 빠르게 유통되는 오늘날 저널리즘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생산하는 주체에게, 그 주체가 어떤 지위에 있든 진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진실을 ‘인양’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은 한국 언론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취재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