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용어를 동원해 지방선거를 전쟁처럼 묘사한 보도가 올해도 쏟아졌다.

전국지방선거미디어감시연대 신문모니터위원회가 5월14일부터 6월12일까지 주요 종합일간지 6곳의 지방선거 관련 보도를 분석한 결과 군사용어를 사용한 표현이 241건에 달했다.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선거를 전쟁에 빗댄 ‘OO전’이라는 표현이다. 이 표현은 한국일보(53번), 중앙일보(11번), 경향신문(10번), 동아일보(7번), 조선일보(2번) 순이었다. 

▲ 전쟁 용어를 쓰는 선거보도 제목.
▲ 전쟁 용어를 쓰는 선거보도 제목.

두번째로 격전지(57번)라는 표현이 많았다. ‘교육감 선거 격전지’(조선일보) ‘격전지 민심 르포’(한국일보) ‘“대구랑 강남도 ‘격전지’라고? … 한국당 ‘까딱없다’지만”(중앙일보) 등의 기사가 대표적이다. 다음으로 수성(20번), 화력(11번), 열전(10번), 깃발(10번), 철옹성(7번), 출정식(5번) 순으로 많았다.

신문모니터위원회는 “선거는 유권자가 자신의 이익을 대표할 공직자를 선출하는 행위다. 반면 전쟁은 국가 간 싸움을 의미한다”면서 “선거와 전쟁은 그 행위의 성격이 비교될 수 없을 만큼 다르다. 그럼에도 이런 표현이 자주 쓰이는 이유는 언론이 선거를 후보자 중심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한국 언론이 전쟁·군사 용어를 남발하는 데는 군사문화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2007년 6월28일 동아일보 ‘독자인권위원회’ 좌담에서 김일수 위원장은 “스포츠를 전쟁에 비유하다 보니 ‘전진’ ‘승리’ ‘개가’ 등 군사용어를 습관적으로 남용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6·25전쟁 발발 57주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심리적 전쟁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는 사회적 단면을 보여 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2009년 8월10일 서명수 중앙일보 고충처리인은 고충처리인 리포트로 “기사는 제한된 지면에 복잡한 상황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압축적인 의미를 내포한 경제적인 단어를 골라 사용한다. 또 일상에서 사용빈도가 높은 말이어야 일반 독자를 쉽게 이해시킬 수 있다”며 군 경험과 군대 문화가 보편화된 한국에서 군사용어는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명수 고충처리인은 “갈등을 필요 이상으로 부각해 불신감과 혐오감정을 부추김과 동시에 사회적으로도 폭력성을 확산시키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언론에서 자극적인 전쟁 용어를 순화하거나 바른 용어로 교정해 써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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