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전 비서관이 돌아왔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지방선거 끝나자 ‘文복심’ 양정철이 돌아왔다>라는 제목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이 지방선거 사흘 뒤인 지난 16일 일본 도쿄에서 귀국한 것으로 19일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팩트는 귀국했다는 사실 하나 뿐이다. 주요 인사의 출입국 정보를 발빠르게 입수해 보도하는 것은 보도 가치가 있을 수 있다. 팩트에 대한 해석도 자유다. 그런데 양 전 비서관이 귀국한 것을 마치 ‘돌아왔다’는 단어 속에 문재인 정부에서 공직에 진출하거나 정치를 하겠다는 것으로 우격다짐식 해석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지난 1월 양정철 전 비서관이 책 출간 문제로 일시 귀국했을 때 언론은 양 전 비서관의 귀국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럴 만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직을 맡지 않기로 한 양 전 비서관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귀국한 것이었고, 그가 낸 책은 민주주의에 관한 자신의 소신을 담은 내용이었다. 북콘서트까지 열어 대중과도 만났다. 양정철 전 비서관은 자신은 잊혀질 권리가 있다며 자신은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의 공개 행보엔 분명 메시지가 있어 보였다.

양 전 비서관은 지난 3월 일본으로 출국했다. 그리고 석달 만에 귀국했다. 현재까지도 그의 정치 재개는 ‘설’로만 머물고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귀국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여권(與圈)과 청와대 일각에선 ‘지방선거 이후 개각(改閣), 청와대 개편, 민주당 차기 지도부 출범 등 여권의 권력 재편에서 양 전 비서관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조선일보는 “이번 그의 귀국은 지방선거 이후 ‘문재인 정부 2기’와 맞물려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며 공직 진출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난 1월 귀국 때와 이번 귀국 때 상황이 달라진 것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뒀고,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구성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에 참여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지만 오직 귀국했다는 팩트 하나만으로 이 같은 해석을 하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

오히려 양정철 전 비서관에서 덧씌워진 비선실세 프레임만 강화하고 실체 없는 그의 역할론을 부각시켜 문재인 정부에 부담을 주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양 전 비서관이 공직을 맡거나 자신의 입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은 이상 그에게 붙은 얘기는 미래를 가정한 설에 불과한 것이 ‘팩트’이기 때문이다.

양 전 비서관도 자신의 행보가 어떻게 비칠지 경계하고 있다. 지난 1월 일본 체류 중 한겨레 인터뷰에서 양 전 비서관은 자신이 정치에 거리를 둔 이유에 대해 “그동안 비선그룹이네 3철인네 하면서 정치경험이 없는 문 대통령이 핵심 참모에게 휘둘린다느니 어떤 결정을 누가 하는지 모르겠다느니 하는 공격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 지난 1월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출연한 양정철 전 비서관.
▲ 지난 1월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출연한 양정철 전 비서관.

문재인 정부 2기 내각도 소폭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총선을 고려했을 때 청와대 참모진이 차출나갈 수 있어 자리를 비울 수 있다지만 총선까지 시간은 많이 남았다.

양 전 비서관은 “대통령과 가깝고 특별하게 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는 내가 비록 덜 중요하고 덜 높은 자리를 맡아도 결국은 시스템을 무너뜨릴 수 있는 부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며 “과거 정부에서도 왕수석이나 왕비서관, 왕차관 등 그런 경우가 얼마나 많았나. 이번만큼은 그것을 차단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도 말한 바 있다. 청와대가 들어가더라도 적절한 자리가 아니라면 오히려 정권에 부담이 돼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언론이 짜놓은 프레임이긴 하지만 양 전 비서관을 기용했을 때 뻔히 예상되는 비선실세 논란을 굳이 자초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기 정부 대응 기조를 보고 받고 “대통령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에 대해 민정수석실에서 열심히 감시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떤 의도이든 그를 소환하고 싶은 게 언론이지만 독자들 입장에선 그의 귀국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사가 되고 지면을 차지하는 게 납득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조선일보 기사에 댓글 중 하나는 “한국사람이 한국에 돌아와도 뉴스가 되는구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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