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기관지에 ‘천안함 재조사를 통해 북한에 누명을 씌운 것이 밝혀지면 북측에 사과해야 한다’는 기고문이 실렸다. 일부에선 ‘괴담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글을 쓴 윤태룡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8일 한 글자라도 양심에 어긋나거나 후회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윤 교수는 민주평통 기관지 ‘통일시대’ 6월호에 실린 ‘전략적 패러독스 상황 극복하고 공동안보 향해 나아가자‘는 글에서 “천안함 사건도 반드시 재조사해 진실을 규명하고, 그 결과 북한에 엉뚱한 누명을 씌운 것이 밝혀지면 남측은 북측에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지난 16일자 1면 ‘민주평통 기관지, 천안함 재조사해 北 누명 썼다면 南 공식 사과해야’에서 ”평통이 기관지에 ‘천안함 재조사’ 주장을 실은 데 대해선 ‘향후 남북 경협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평통 자문위원 D씨의 말을 빌어 ”경협을 본격 추진하려면 5·24 조치를 풀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천안함 사건을 매듭지어야 한다“며 ”정부가 공식 거론하긴 부담되니 민간인을 내세워 ‘천안함 폭침은 북 소행이 아닐 수 있다’는 여론을 조성하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TV조선도 같은 날 민주평통 자문위원의 말을 빌어 ”엄연히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졌는데 그걸 뭐 다시 조사하는지”라고 되물었다. 채널A도 같은 날 천안함 생존장병 김윤일씨의 말을 빌어 ”8년이 훨씬 넘은 일인데 다시 조사하는 입장에서 왜곡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세계일보는 18일자 4면 ‘민주평통 ‘천안함 재조사’ 글 논란’에서 평통이 제작과정에서 문제된 부분을 놓친 실수였다고 보도했다. 특히 세계일보는 사설 ‘헌법기관 기관지가 천안함 北 누명 운운하는 안보 현실’에서 “천안함 폭침을 조작극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빼닮았다”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평통 기관지의 글을 접한 유공자들은 자부심을 갖기는커녕 심한 자괴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윤태룡 건국대 정외과 교수가 민주평통 기관지 통일시대 6월호에 기고한 글.
▲ 윤태룡 건국대 정외과 교수가 민주평통 기관지 통일시대 6월호에 기고한 글.
글을 쓴 윤태룡 건대 정외과 교수는 “글 써달라는 요청이 와서 쓴 것일 뿐”이라며 “쓴 글 하나도 안 건드렸고, 고쳐달라는 요구도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전혀 바꾸고 싶지 않다. 천안함 사건 역시 제대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5개 국가 조사단이 와서 조사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빠졌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 대사도 정부 발표가 거짓말이라고 처음부터 얘기했다. 양심에 어긋나거나 후회되는 것 없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천안함 사건을 언젠가 짚고 넘어가야 하며, 5·24 조치 해제도 제대로 돼야 한다고 생각하던 차에 남북문제에 대해 쓰게 됐다.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라고 설명했다. 유공자들 자괴감에 윤 교수는 “(희생장병이) 어떻게 희생됐는지 제대로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민주평통은 천안함 사건에 윤 교수의 주장과 다르다면서도 그렇다고 그의 개인적 의견을 고치라고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지난 2010년 4월24일 천안함 함수가 인양되고 있는 모습. 사진=해군2함대 천안함 기념관
▲ 지난 2010년 4월24일 천안함 함수가 인양되고 있는 모습. 사진=조현호 기자. 해군2함대 천안함 기념관
윤진성 민주평통 대변인은 18일 “윤태룡 교수에게 주제 주고 청탁한 것은 사실이나 그 글의 내용은 그 분의 생각이지 민주평통의 견해는 아니다. 그분 개인적 생각이고, 우리는 정부의 천안함 조사결과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민주평통은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를 미리 따질 수는 없다. 그분이 천안함 사건 재조사를 주장하며 썼으니 그대로 이해하면 된다”고 답했다.

천안함 폭침이 북 소행이 아니라는 여론을 조성용이라는데 윤 대변인은 “그렇지 않다. 의도적으로 어떤 분위기를 조성한다든가, 여론 만들어가려 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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