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갈 때 조심하라.’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에 만끽해 있던 것도 잠시, 당내에서도 자만을 경계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14명의 광역단체장 당선인들과 함께한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지방정부 실현을 위한 국민과의 약속 선포식’에서 “민주당은 승리에 도취해서 자만하지 않겠다.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개혁과 혁신을 통해 지방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박혁 연구위원(정치학 박사)도 18일 6·13 지방선거 결과를 분석한 이슈브리핑(발행인 김민석)을 내고 “이번 선거의 압승은 민주당의 능력과 성과가 낳은 결과라기보다는 보수세력의 지리멸렬에 따른 반사이익이 있었다. 정부 출범 1년 차의 밀회선거였다는 점에서 자만이나 패권적 태도는 금물이며 자신의 실력과 성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번 선거 결과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가 그대로 투표로 반영된 결과이며 여소야대 국면에서 안정적이고 힘 있는 국정운영을 할 수 있게 하려는 국민의 의지가 반영됐다. 위대한 승리가 추락의 시발점이 되지 않도록 특히 교만을 경계해야 하며 국민 속으로 깊이 들어가 국민의 실질적 삶을 나아지게 하는 민생 중심 정당으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박범계 수석대변인을 비롯한 지도부가 지난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6·13 지방선거 개표 방송을 시청하며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환호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박범계 수석대변인을 비롯한 지도부가 지난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6·13 지방선거 개표 방송을 시청하며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환호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박 연구위원은 자유한국당의 전국적인 선거 참패와 관련해서도 “국민은 보수의 몰락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보수의 혁신을 통해 건전한 보수의 형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당이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완패한 것은 우리 사회 보수세력의 몰락이 아니라 민심에 반응하지 못하는 닥반(닥치고 반대)세력, 한반도 평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지 못하는 수구 반공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분노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이 여당에 12곳 중 11곳의 승리를 안겨 준 점에 대해 박 연구위원은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고 민심에 반응하지 못하고 있는 국회를 여당인 민주당이 힘을 갖고 주도해 성과적으로 운영하라는 요구”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의 압승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국회 구조 아래서는 보수 야당의 협조 없이는 원하는 성과를 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보수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이자 견제 세력으로서 인정하고 협치와 상생, 타협의 실천으로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야 할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고 덧붙였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이 지방선거를 통해 보여준 민생을 살피고, 평화를 향해 나아가자는 민심을 깊이 헤아린다면 야당에서도 함께 국회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민주당은 대화와 타협을 위한 준비가 돼 있다. 평화와 민생을 위한 개혁 입법과제를 처리하기 위해 국회의 문을 열고, 정치를 다시 살리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 연구위원은 이번 선거에서 뚜렷한 균열을 보인 영남 지역주의 구도는 3당 합당으로 공고화된 지역 패권과 보수 연합의 90년 체제가 허물어진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박 연구위원은 “역대 선거에서 한 번도 광역단체장을 배출하지 못했던 5개 시·도(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중 부산·울산·경남 3곳에서 최초로 민주당 광역단체장이 당선되고 5개 시도의 구청장, 군수, 시장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다. 경북에서 유일하게 민주당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된 1곳이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이며 보수의 성지인 구미라는 점도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6·13 지방선거가 한국 정치사와 정당사에서 지니는 가장 큰 의미는 국민들이 지역주의를 넘어 민주당을 전국 정당을 만들었다는 점”이라며 “이제 민주당은 서로 다른 지역의 이해와 요구들을 포용하고 조화시킬 수 있는 견고한 연합 정치 능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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