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패싱’ 논란 속에 홍준표 대표가 선거 전략을 바꿨다. 홍 대표는 ‘홍준표 패싱’ 논란을 의식한 듯 4일부터 지역 선거유세에 참여하지 않고 여의도 한국당 당사에서 대책회의를 여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3일 홍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내가 유세에 나서니 문재인과 홍준표 대결로 고착화돼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 세상인데 이 대결로는 선거에 이길 수 없다고 하는데 일부 후보들의 의견이 타당하다는 판단이 든다”며 “내일부터는 유세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한국당의 수많은 후보들이 막말과 거짓 선동을 일삼아 온 홍준표 대표의 방문에 손사래를 치며, ‘홍준표 패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5월31일 홍 대표가 1박2일 일정으로 부산 중구, 울산 남구 등에서 유세을 했으나 정작 후보인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 김기현 울산시장 후보는 현장에 나오지 않았다. 홍 대표가 결국 ‘홍준표 패싱’을 의식해 선거 전략을 변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4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서민 경제 2배 만들기 대책회의’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건설 업계 관계자 등의 말을 듣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 4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서민 경제 2배 만들기 대책회의’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건설 업계 관계자 등의 말을 듣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4일 오전 홍 대표는 지역으로 선거 유세를 나가는 다른 당직자와 달리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서민경제 2배 만들기 대책회의’를 열었다. 선거 유세 현장에 가기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스피커’로 자신의 역할을 바꿨다.

이날 회의에서 홍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고, 직능단체 관계자를 불러 현장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직능단체 관계자는 김인호 중앙선거대책위원장, 유주현 대한건설협회 회장, 정병윤 대한건설협회 상근부회장, 이근재 한국외식업중앙회 서울시협의회 회장, 강인덕 인천남구 경영자협의회 회장, 박상규 한국 제과기능장 협의회 회장 등이었다.

이날 한국당 회의에 참석한 건설 관련 직능단체 관계자들은 건설 예산을 늘려달라는 민원을 홍 대표에게 전했다. 전병윤 대한건설협회 상근부회장은 “원래 SOC 예산이 22조였는데 이번에 19조로 줄어들었다. SOC 예산이 1조 줄어들면 일자리가 2만 개가 감소한다는 통계가 있는데 내년에는 SOC 예산이 20조가 넘을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전 부회장은 “지금 안 그래도 공사비가 부족한데 7월1일부터는 주 52시간 노동 제도까지 시작돼 엎친 데 덮친 격이 됐으니 빨리 보완책을 내달라”고 전했다. 전 부회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도시재생 뉴딜 정책을 통해 연간 10조 원 대의 공적 재원을 도시 재생에 투입하는 정책에서 민간자본도 포함되도록 해달라고 했다. 전 부회장은 “규제를 풀어 민간 자본도 도시재생사업에 포함될 수 있게 해주시고, 만약 특혜 이야기가 나오면 민간이 창출한 이익에서 사회 공공시설에 재투자하면 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전 부회장의 말을 듣고는 “이런 내용은 김문수(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한테 이야기해라”라고 말했다. 이날 건축업계 관계자 외에도 직능단체 관계자들은 최저임금 부작용 등을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다.

홍 대표는 직능단체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은 5년 동안 나라전체를 어렵게 하는 바람에 정권이 바뀌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금년 연말 가기 전에 나라 전체를 거덜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1시간가량 지속된 회의에서 홍 대표는 경제 이야기 외 ‘홍준표 패싱’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회의가 끝난 후 20여 명의 기자들이 홍 대표에게 질문하려고 당사에서 홍 대표를 기다렸으나 홍 대표는 백브리핑을 거부하며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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