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보시면…”

지난달 28일 기자들이 북미정상회담 전망을 묻는 질문에 청와대 관계자가 한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 중대 사안을 발표하며 극적 효과를 노린다. 통신사에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전담 기자가 따로 있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뉴욕에서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고위급 회담을 마치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다. 김 부위원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친서에 담길 내용도 궁금하지만 친서가 전달될 때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으로 6월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공식 개최를 알릴 가능성이 높다. 친서를 전달받고 소회를 밝히면서 회담 개최를 공식화하고 북미 정상회담을 낙관하는 트윗을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역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알리는 공식 창구로 둔갑할 수 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부위원장이 북미 고위급 회담을 위해 뉴욕으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이 김 부위원장의 뉴욕행을 보도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으로 사실을 확인해줬다.

남북미 관계가 롤러코스터를 탄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서였다. 북미 정상회담의 결정 변수가 될만한 내용, 예를 들어 미국측 협상자인 성김 대사가 판문점에서 북한과 협상을 벌인다는 내용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 러버’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졌다. 트위터 정치를 한다고 할 정도로 신봉한다. 그의 오래된 트위터 사랑은 언론을 신뢰하지 않은 것과 관련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 폭스비즈니스 방송과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가 없었으면 내가 이 자리에 없었을 수도 있다. 가짜 뉴스가 있고 나는 언론에서 매우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말했다.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에 ‘가짜’라는 말을 붙이고 깎아내린 반면 트위터를 소통 채널로 삼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누가 나에 대한 무언가를 말하면 나는 마음대로 쓸 수 있고 이를 수습할 수 있다. 사람들이 계속 관심을 끌게 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트윗으로 대중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말도 했다. “트윗은 타자기 같다. 내가 이것을 하면 여러분은 이것을 즉각 쇼에 내보낸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정치에 두가지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파급력이 큰 내용까지도 트위터에 ‘말폭탄’을 던지는 경우 언론들은 하나같이 신중치 못한 트럼프의 성격을 비난하고 깎아내렸다. SNS는 양방향 소통의 기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트럼프 대통령을 알려면 그의 트윗만 보면 된다는 조롱 섞인 평가도 여기사 나왔다. 백악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보고 발언의 의중을 살필 정도로 그의 트윗은 위력이 크다. 그만큼 부작용도 크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방한 때 청와대가 그의 트위터에 심혈을 기울여 관리했다는 후문도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국회 연설을 앞두고 있었고, 연설에 담길 내용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국회 연설에 담길 내용을 파악하려고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실시간 파악했고, 혹시 ‘말폭탄’이 나오면서 방한의 의미가 퇴색될까봐 노심초사했다. 다행히(?)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당시 트위터를 하지 않았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정치가 공평하게 해석할 기회를 준다는 평가도 있다. 모든 언론이 고위 관계자를 접근할 수 없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을 공개해 정보접근권의 문턱을 낮췄다는 평가다. 신중치 못한 ‘말폭탄’이 문제지 SNS를 활용한 자신의 입장 발표나 정보 공유는 긍정적이라는 거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보고 중요 사안의 내용을 알아야 하느냐는 불만도 있지만 반대로 대중도 언론을 거치지 않고 그의 트윗을 보면서 국가 중대사를 논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가 북미 정상회담 전망을 묻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보라고 말한 건 농담처럼 들리지만, 농담으로만 여길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는 현재 전 세계적 관심을 받는다. 지금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를 알리려고 자판을 만지작 거리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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