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Fake news)라는 표현은 적절할까?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난 26일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열린 한국언론정보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가짜뉴스 용어가 기준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점과 과도한 규제법안이 나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가짜뉴스는 본래 언론사의 기사로 위장한 허위 콘텐츠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언론사의 오보나 왜곡보도, 특정 정치인에게 불리한 내용까지 과도하게 규정되고 있다. 또한 카카오톡 ‘찌라시’처럼 뉴스의 형식이 아닌 다양한 형식의 가짜뉴스가 유포되고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용어라고 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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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교수는 “가짜뉴스는 엄밀한 정의가 필요한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 가운데 유럽위원회는 ‘가짜뉴스’ 대신 ‘허위정보(disinformation)’라는 용어를 썼다”며 정확한 용어 규정 사례로 소개했다. 지난 3월12일 유럽위원회는 ‘허위정보에 대한 다차원적 접근’이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 페이스북. ⓒ텔레그레프
▲ 페이스북. ⓒ텔레그레프

국내에서 쏟아지는 가짜뉴스 규제 법안 역시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민정 교수는 “이들 법안은 명확성 원칙에 어긋나고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고,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가 있다. 정부는 규제정책은 최소화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가짜뉴스’의 진위를 판단할 기준이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아 오남용 위험이 있거나 이미 명예훼손 정보 등은 언론중재, 정보통신망법상 통신심의, 임시조치 제도가 있어 굳이 새로운 규제를 만들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해외는 어떨까. 유럽위원회는 허위정보의 대응책으로 ‘언론의 자유 및 미디어의 다양성을 위축시킬 수 있는 정책 최소화’를 거론했다.

독일에는 가짜뉴스 처벌법이 있다고 국내에 알려졌지만 사실과 다르다. “독일은 가짜뉴스를 방치하는 소셜미디어 처벌 규정을 명문화하고”(경향신문) “독일 정부는 지난 4월 ‘가짜뉴스 처벌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동아일보) 등 언론이 잘못 소개한 영향이 컸다. 

김민정 교수는 “독일 법의 이름은 네트워크 법률이고, 그 내용은 혐오표현 방지법이라고 소개되는 게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네트워크 법률은 ‘불법 표현물’을 규제하는 내용이고 주로 ‘반헌법적인 프로파간다’ ‘반헌법적 조직의 상징물 유포’ ‘인종혐오’ 등이 해당된다.

김민정 교수는 “그 법이 적용된지 몇 달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선안이 나오는 것만 봐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독일 풍자 잡지가 정치인의 인종혐오 발언을 풍자할 목적으로 올린 트위터 게시글이 삭제되고 계정이 차단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현재 독일에서는 잘못된 게시글 삭제에 따른 복원 방안, 개별 사업자가 아닌 독립기구에 의한 불법 콘텐츠 게시글 심의 등을 논의하고 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가짜뉴스 규제가 악용될 수도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음성, 영상, 기사 등 형태를 불문하고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사람에게 최대 6년형을 부과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김민정 교수는 “언론사들은 이 조치가 현 총리의 스캔들 비판을 틀어막으려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꼼수라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실제 말레이시아의 야권 인사가 가짜뉴스 유포 혐의로 수사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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