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인터넷 사업자들이 욕설, 모욕, 명예훼손 게시글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도 ‘혐오차별 표현’에는 무관심했다.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난 26일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열린 한국언론정보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혐오표현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네이버, 카카오 등이 속한 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이미 ‘혐오차별 표현’ 규제를 갖고 있지만 유명무실했다. KISO는 2014년 ‘차별적 표현 완화를 위한 정책’으로 지역, 장애, 인종, 출신국가, 성별, 나이 직업 등으로 구분되는 대상에 모욕적이거나 혐오적인 표현방식을 써 굴욕감이나 불이익을 현저하게 초래할 경우 삭제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규정에 포함했다.

김민정 교수는 “어디까지를 규제할 수 있는지 규정만 봐서는 알기 힘들다”면서 “특히 ‘굴욕감이나 불이익을 현저하게 초래한다’는 표현의 해석 정도에 따라 삭제 대상이 되는 표현 유형이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정부나 사업자들이 인터넷상의 욕설, 모욕 등의 대응에는 적극적이지만 소수자에 대한 차별, 혐오 표현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iStock
▲ 정부나 사업자들이 인터넷상의 욕설, 모욕 등의 대응에는 적극적이지만 소수자에 대한 차별, 혐오 표현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iStock

실제 심의 결과를 보면 2014년 이후 KISO는 93건의 게시글을 심의했는데 이 가운데 2건만이 ‘차별적 게시물’ 심의였다. 하나는 ‘개쌍도’라는 글이고 다른 하나는 ‘동성애는 정상이 아니다’라는 글이다. 그런데 KISO는 ‘개쌍도’는 삭제하고 ‘동성애는 정상이 아니다’라는 글은 삭제하지 않았다.

김민정 교수는 ‘정상적인 성이 아니다’라는 표현이 오히려 혐오표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2016년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가 작성한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혐오표현은 △차별적 괴롭힘 △차별표시 △공개적인 멸시모욕 위협 △증오선동 등이 있다. 공개적인 멸시모욕에는 소수자를 ‘비정상인’으로 규정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김민정 교수는 “혐오표현은 개인이나 집단이 사회적 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 선동 폭력하는 행위를 말한다”면서 “그러나 KISO는 표현형식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표현은 아무리 예의바르게 이야기한다고 해도 혐오적 인식이 전제돼 있다. 삭제하려면 둘다 하거나, 안  하려면 둘다 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민정 교수는 “무조건 처벌하자는 게 아니라 이런 표현을 입 밖으로 내는 일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면서 “정치권은 이 분야에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에 의한 규제가 아닌 자율규제가 중요하다고 밝히며 사업자들이 불법적 온라인 혐오표현 행동강령을 만들고, 관련 신고센터를 만드는 등 혐오표현 유통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정 교수는 “적어도 욕설, 명예훼손, 선거관련 게시물 등에 취하는 일련의 조치에 상응하는 노력을 혐오표현 유통방지에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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