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의 미래’ 간담회에서 북미정상회담이 무산된 세가지 이유와 그래도 북미정상회담이 비관적이지 않은 세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우선 문 교수는 이날 간담회에 앞서 자신의 발언이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로서가 아닌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로서 개인적 분석임을 강조했다.
문 교수는 북미정상회담이 무산된 세가지 이유로 △북미 간 의제조율의 실패 △북미의 메시지 관리 실패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네오콘(미국 공화당 신보수주의)들의 입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을 취소한 표면적인 이유는 서한에 나온대로 ‘(북한의 미국에 대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라는 건데 실제로는 의제조율이 잘 안된 것으로 보인다”며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를 하느냐 마느냐, 비핵화 순서를 어떻게 할 거냐, ‘선 폐기 후 보상’이냐에 충분한 교감이 없어 회담을 취소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오콘의 승리’도 문 교수가 꼽은 북미정상회담 취소 이유다. 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전격취소 결정 배후에는 펜스 부통령이나 존 볼튼 보좌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미국에서도 네오콘(신보수주의자)으로 분류되는데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직 회담 여건이 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어쩌면 네오콘의 승리라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회담이 취소된 주된 이유가 아닐 수 있지만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면서 전문가가 아닌 언론인만 부른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주석에 가까운 말이지만 미국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에 핵전문가를 부르지 않아서 진정성을 의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을 보면 ‘마음이 바뀌면 편지나 전화를 해라’라고 돼있다. 대화의 문이 열려 있음을 암시하고, 북한도 최근 계속해서 좋은 행보(억류 재미한인을 풀어준 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자발적으로 폐기한 일 등)를 보이기에 돌발 상황보다 긍정적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북한의 연결이 아직 살아있고, 미국만 원한다면 쉽게 북한하고 대화할 수 있는 상태”라며 “이미 미국 백악관에서 접촉을 위한 라인업(line-up)이 마련돼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 ‘선 폐기, 후 보상’이라는 기본 틀이 아닌 ‘동시 교환’ 틀에 대한 발언을 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원 샷’에 북을 폐기해야 한다고 말해왔지만 최근에는 ‘단계적 접근’을 이야기 했고 이는 북한이 이야기하는 방식과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북미정상회담이 낙관적인 세 번째 이유로 문 교수는 미국이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꾸준히 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문 교수는 “5월 초에 워싱턴에 가서 백악관 관계자와 면담했는데 미국에서는 TF(테스크포스)를 꾸려 준비를 잘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미국의 국내 사정도 언급했다. 문 교수는 “중간선거가 11월에 있는데, 북한과 얼마든지 11월 중간 선거 전에 긍정적 결과를 만들 걸로 본다”고 전했다.
문 교수는 “중국 변수는 감이 잘 안오지만 북한이 비핵화든 종전이든 평화체제를 하든 중국과 처음부터 함께 논의했어야 한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잘 협력할 것이라 본다”고 답했다.
‘코리아 패싱’ 질문에 문 교수는 “트럼프의 독자적 결정이지만 ‘코리아 패싱’은 아니라고 본다. 코리아 패싱은 북한과 미국이 함께 결정했는데 남한이 빠진 상황이 코리아 패싱”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중재역할을 넘어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할 때이며, 대화의 촉진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