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 경인TV(대표이사 박성희)가 지역민영방송의 정체성을 쌓고 있다. OBS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4월부터 ‘선택 007-공공을 위한 7기 지방선거’(이하 선택 007, 연출 김력균·장성은)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경인지역 주요 선거이슈·주요 후보 검증·판세 분석 뿐 아니라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어떤 정보에 주목해야 하는지도 다룰 예정이다.

평은 긍정적이다. 여전히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어 편성에 제약이 있지만 경인지역 시청자에게 지역 지상파 방송사의 역할을 다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량 해직과 복직, 대표이사 교체 등 갈등 국면을 마무리하고 ‘일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신호탄이기도 하다. 미디어오늘은 24일 오후 선택 007 연출을 맡은 김력균 PD에게 관련 얘기를 더 들었다.

김 PD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방송이 이런 프로그램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은 당위이지만 그래도 OBS가 그동안 해오던 대로 관례적인 보도에 그쳐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사내에 형성됐다”며 “박성희 사장도 지역 쟁점들과 후보자에 대해 자세히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김 PD에 따르면 과거엔 후보자 몇 명을 선정해 선거 운동하는 모습을 르포 형식으로 다루거나 스튜디오에 후보를 불러 간단하게 사안을 다뤄왔다. 주요 후보를 직접 스튜디오에 부르고 다양한 분석을 더하는 등 심도 있게 다룬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 선택007 진행을 맡은 노영희 변호사. 사진=OBS 선택007 화면 갈무리
▲ 선택007 진행을 맡은 노영희 변호사. 사진=OBS 선택007 화면 갈무리

지역방송에선 국가 정책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김 PD는 “경인지역 이슈 중에는 남북관계 개선되면 경기북부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향후 지방자치·지방분권 분위기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 같은 게 있다”고 말했다. 선택 007 1화에선 인천시장을 역임했고, 북방경제협력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불러 이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지방선거 관련 방송은 서울 중심·광역단체 후보 중심·거물급 정치인 중심인 경향이 있다. OBS는 제작비 여건 상 광역단체 후보를 중심으로 방송을 편성할 수밖에 없지만 선거 전 10회 중 마지막 2회 분을 기초단체 후보 편으로 꾸릴 예정이다.

김 PD는 “기초의회 등에서 실생활이랑 직결된 조례 등을 만드는데 그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상세히 알리려고 한다”며 또한 “선거 관련 시민단체 활동가를 섭외해 유권자로서 후보자를 어떻게 선택할지 노하우를 전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뽑아야 할 후보가 많더라도 선거 홍보물 한 장 보고 찍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

▲ OBS에서 11회로 기획한 선택 007에선 지역현안, 판세분석, 주요 선거구 분석 등을 다룬다.
▲ OBS에서 11회로 기획한 선택 007에선 지역현안, 판세분석, 주요 선거구 분석 등을 다룬다.

소수정당을 다루지 못한 건 제작진에게도 아쉬운 부분이다. 지상파인 OBS에서 선거방송을 하기 위해선 공정성을 준수해야 한다. 소수정당을 부를 경우 비슷한 지지율을 가진 다수 후보에게 출연 기회를 줘야 하지만 편성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선거관리위원회 등 정부에서 지원해주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민영방송에서 소수정당을 다룰 수 없다는 게 김 PD의 설명이다.

김 PD는 “우리도 정의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을 다 다루고 싶지만 선거 전까지 10회로 정해져있어 아쉬움이 많다”며 “OBS와 지역 케이블 방송의 역할분담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시청률보다 공공성 확보에 우선하자는 분위기다. 김 PD는 “지금은 아웃풋보다 사내외 주관적인 판단이 중요한 시기”라며 “사내에서 팀장급이 모니터해 의견도 주고 응원해주는 분도 많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4월 OBS가 경영상 이유를 들어 13명을 해고하는 등 대량 징계했던 사건과 무관치 않다. 수년째 OBS 대주주와 경영진은 인건비와 제작비를 줄여 경영난을 극복하려 했다는 게 OBS 구성원들의 비판이다. 1997년 OBS의 전신인 iTV 공채 1기로 입사한 김 PD는 iTV가 사라지고 OBS가 새로 만들어진 지난한 과정을 지켜봤다. 게다가 지난 4월 해고자 명단에 그의 이름이 있었다.

▲ 선택 007 연출을 맡은 김력균 OBS PD. 사진=OBS
▲ 선택 007 연출을 맡은 김력균 OBS PD. 사진=OBS

“당시에 회의감이 왔어요. 회사가 창작보다는 틀에 박힌 것을 강요했고 수익을 위해 너무 (언론인을) 소모적으로 생각했죠. 아직 지역방송이 활성화되지 못할 것 같다고 봤어요. 방송법이나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극복하지 못할 것 같다는 절망 때문에 힘들었어요.”

김 PD를 비롯해 OBS 해직자들은 지난해 말 복직했다. “열정적으로 일하는 동료들을 만나 제가 많이 치유 받고 있습니다. 신임 국장도 창작에 대한 관심이 높고. 열악한 부분을 신경 쓰지 말고 OBS만의 장점을 만들어내자는 분위기가 있어요. 놀랍게도(웃음). 그게 제게 큰 용기를 주고 있어요.”

선택 007은 지방선거가 끝난 주인 6월17일까지 방송한다. 이를 시작으로 OBS가 경인지역 시사방송에 본격 뛰어들 전망이다. 김 PD는 “그동안 (OBS가) 지역 시사프로그램을 제대로 못했다”며 “몇 가지 아이디어를 다듬어 현실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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