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적폐청산을 위해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자로 드러난 MBC 최대현 아나운서와 권지호 카메라기자를 해고했다. MBC 감사에서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 관련자로 지목된 임아무개 카메라기자와 주아무개 부장은 취업규칙 위반으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MBC는 지난 18일 인사발령을 내고 징계 절차는 지난달 발표한 블랙리스트 감사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라고 밝혔다. 최 아나운서 해고 사유는 △아나운서 블랙리스트 작성 및 보고 △시차 근무 유용 △선거 공정성 의무 위반(앵커 멘트에서 특정 정당에 유리한 발언) 등이다. 권 기자의 경우 카메라 기자 블랙리스트 작성 및 보고로 인한 취업규칙 위반이 해고사유다.

경영진이 낸 MBC 블랙리스트 및 부당노동행위 관련 특별감사결과에 따르면 최 아나운서는 지난 2013년 12월 ‘아나운서 성향분석’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해 백종문 당시 편성제작본부장에게 보고했다. 해당 문건은 아나운서들을 △강성 △약강성 △친사회적 등 3개 등급으로 분류한 리스트로 실제 인사발령에 반영됐다. 강성이나 약강성으로 분류된 아나운서 13명 중 9명은 아나운서 업무와 연관성이 떨어지는 부서로 발령됐고 5명은 퇴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권 기자가 작성한 ‘카메라기자 성향 분석표’는 지난 2013년 7월 카메라 기자들을 회사 충성도와 언론노조 MBC본부 참여도에 따라 ‘☆☆’, ‘○’, ‘△’, ‘X’ 등 4등급으로 분류한 문건이다. MBC는 “권 기자가 보도국 중 간부에게 ‘블랙리스트’가 반영된 인사 안을 보냈고 대부분 일치하게 인사가 이뤄졌다”며 “문건 존재가 알려진 2017년 8월8일 직후 관련자들 전원이 MBC 사내 인트라넷에 접속해 이메일을 대량 삭제한 사실도 추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 서울 상암동 MBC 사옥.
▲ 서울 상암동 MBC 사옥.

‘블랙리스트’ 관련자 중징계 소식이 전해진 뒤 MBC노동조합(3노조)은 성명을 내고 “확실한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부실한 감사 조사결과를 근거로 죄 없는 근로자들에게 사형선고를 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와 관련 MBC의 한 기자는 “정치적 색채가 농후한 집회에서 정치적 발언을 하고 노골적으로 사내 갈등을 조장한 사람들이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격”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 아나운서는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해 연대 발언을 하며 논란이 된 바 있다. 박건식 MBC PD는 “동료를 사찰하고 보고서를 작성한 일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이로 인한 징계에 다른 이유를 대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최 아나운서와 권 기자는 현재까지 재심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MBC 내부에서는 이들이 징계 조치에 불복해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재심 신청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MBC 사측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회사는 이미 인사발령을 냈다. 당사자들로부터 재심이나 소송 요구가 나오면 그에 따른 대처를 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해고된 두 사람은 미디어오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계약 만료된 MBC 아나운서 10명은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우리의 해고는 최대현 아나운서 해고와는 다르게 다뤄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안광한·김장겸 두 사장으로부터 일자리를 미끼로 사기를 당한 피해자다. 우리는 적폐 아나운서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정부 기조에 맞게 경영진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촉구했다. ‘적폐청산’과는 별개로 이 같은 갈등은 점차 MBC에서 표면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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