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직원연대 3차 촛불집회가 가두행진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오너 일가에게 보내는 편지를 단체 낭독하며 약식 '성토대회'도 벌였다.

18일 저녁 7시30분 ‘대한항공직원연대’가 주최한 세 번째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북쪽 공원에서 열렸다. 집회에 참석한 1000여 명(집회 측 추산)의 직원과 시민들은 1시간 10분 가량 집회열고 40분 가량 가두 행진을 이어갔다.

▲ 18일 저녁 7시30분 ‘대한항공직원연대’가 주최한 세 번째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북쪽 공원에서 열렸다. 사진=이우림 기자
▲ 18일 저녁 7시30분 ‘대한항공직원연대’가 주최한 세 번째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북쪽 공원에서 열렸다. 사진=이우림 기자
▲ 18일 저녁 7시30분 ‘대한항공직원연대’가 주최한 세 번째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북쪽 공원에서 열렸다. 사진=이우림 기자
▲ 18일 저녁 7시30분 ‘대한항공직원연대’가 주최한 세 번째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북쪽 공원에서 열렸다. 사진=이우림 기자

앞서 두 번의 집회에서 사회를 봤던 박창진 사무장은 비행근무로 이날 참석하지 못했다. 이날 집회엔 ‘가이포크스 가면’을 쓴 여성 승무원이 음성변조 장치 없이 무대에 올랐다. 

변영주 영화감독은 공동 사회자로 함께 했다. 변 감독은 “사회 지원자가 굉장히 많았고 오디션을 보고 통과했다. 어느 날 집 앞에 ‘니가 시민이라면 나와라’는 쪽지와 대한항공 머리핀이 그려진 스티커가 함께 붙어 있어서 나왔다”고 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한 승무원은 “회사가 말도 안되는 일을 강요할 때도 술자리에서 푸념만 할 뿐이었다”고 말하며 울음에 복받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우리는 머슴이나 노예가 아니라 힘들게 노력해서 입사한 직원이다. 그러나 단 한 번도 말하지 못했다. 제일 쉽게 입사한 사람이 누구냐. 회사 사랑하는 마음이 제일 없는 사람이 누구냐”고 소리쳤다.

이 승무원은 예상되는 장기전을 잘 대비하자고 독려했다. 그는 “이 싸움은 생각보다 길고 지루할 것”이라며 “그들은 물러날 생각이 없고 우리는 포기할 생각 없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믿고 그들이 질릴 정도로 즐겁게 싸워야 한다”고 발언했다.

▲ 18일 저녁 7시30분 ‘대한항공직원연대’가 주최한 세 번째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북쪽 공원에서 열렸다. 사진=이우림 기자
▲ 18일 저녁 7시30분 ‘대한항공직원연대’가 주최한 세 번째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북쪽 공원에서 열렸다. 사진=이우림 기자

한 승무원은 사내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대한항공 직원 카카오톡 익명 대화방에서 필명 ‘인피닛’을 쓰는 승무원은 “사상 최대 흑자를 갱신하면서 늘 적자니까 경비절감하라고 일만 시켰다. 흑자나면 지네들이 운영 잘해서 흑자낸 줄 알더라”며 “월급주는 돈 아까워하는건, 회사를 내 것이라 생각하니 배가 아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직원은 “관세청, 법무부, 국토부, 노동부, 검찰 모두 법을 이용해 (오너 일가)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주는 게 업무냐. 덮으려고만 한다면 누가 법을 지키고 살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법을 빠져나갈 궁리만 한다면 반드시 해야 할 일 있다”며 “소액주주 운동을 해서 조양호·조원태에게 권한을 행사해야 하고, 국민연금은 2대 주주로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해 오너 일가를 견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변 감독은 이에 “나도 국민연금을 내는데 따지고 보면 국민연금은 내 회사 아니냐”며 “시민 여러분, 대한항공도 우리 회사인데 우리 회사를 지킵시다”라고 답했다.

이들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시청역 10번 출구에 있는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까지 1차선 도로를 점거해 30여 분간 행진했다. 길게 늘어선 행렬 곳곳에서 “조씨일가 간신배들 물러가라 물러가라”고 외쳤다. 

대한항공 촛불집회엔 퇴사자, 가족까지 점차 참여하고 있다. 처음 집회에 참가 한 김아무개씨(43)는 “20살 정석대학에 입학해 24년 간 ‘정석재단 물러가라’, ‘조양호 일가 물러가라’ 말해왔다”며 “회사 다닐 때도 ‘더러워서 못다니겠다’며 가족들에게 푸념하곤 했다. 동료들에게 ‘힘내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전 대한항공에서 다른 항공사로 이직한 전 직원이다.

승무원 김아무개씨도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처음 집회에 참석했다. 엄마가 대한항공에 다니는 것을 안 아들이 촛불집회에 먼저 관심을 가져 나가자고 제안했다. 김씨는 “아이가 대한항공의 문제를 안다. 함께 집회에 나와 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조양호 일가 퇴진은 당연하고, 새 경영진이 오더라도 투명한 경영과 인간존중 경영을 약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 18일 저녁 7시30분 ‘대한항공직원연대’가 주최한 세 번째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북쪽 공원에서 열렸다. 사진=이우림 기자
▲ 18일 저녁 7시30분 ‘대한항공직원연대’가 주최한 세 번째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북쪽 공원에서 열렸다. 사진=이우림 기자

집회 참가자들은 행진 끝에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 정문 앞에 모였다. 사회를 맡은 승무원이 이들을 대표해 ‘조양호 일가에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조양호 회장님, 직원의 사소한 실수에도 ‘자비를 베풀지 마라’ ‘부끄러운 줄 알아라’ ‘본인 월급으로 피해보상하라’ 하셨죠. 회장님 말씀에 저희들은 그렇게 해야만 했습니다. 이젠 우리가 말하겠습니다. 우리 대한항공 직원들은 조양호 회장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고, 본인 월급으로 이 모든 상태에 대해 피해보상하고,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것이며, 퇴직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자는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에겐 “13년 만에 연차수당을 지급했고 지난 수년 간 직원 휴가 사용을 독려해 휴가사용률이 개선됐다고 했는데 언제 휴가 독려해왔었습니까”라며 “승무원·정비·일반 모두 연차 휴가가 100일 이상 쌓여 있습니다. 격려금 필요없으니 사장직 내려놓으십시오”라 말했다.

▲ 집회 참가자 1000여 명은 30분 행진 끝에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 정문 앞에 모였다. 사진=이우림 기자
▲ 집회 참가자 1000여 명은 30분 행진 끝에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 정문 앞에 모였다. 사진=이우림 기자

조현아 전 부사장에겐 “땅콩 사건 때 직원과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하지 않았나요. 지켜야지 왜 슬그머니 복귀했나요”라며 “직원과 국민들이 그리 우스웠습니까. 두 번 다시 얼굴보지 맙시다”라고 말했다.

사회자는 ‘물컵 갑질’로 사태를 촉발시킨 조현민 전 전무에게 “휴가간다고 찾지 말라고 했죠. 무한 휴가 줄테니 한국 찾지 말고 당신 나라 미국으로 돌아가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사옥 정문 앞을 가득 메운 직원들이 가면·복면·마스크를 쓴 채 저마다 ‘조양호 OUT’ 피켓을 들었다. “휴가 좀 가자” “물러나라” 등의 구호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이들은 4차 촛불집회를 기약한 뒤 9시30분께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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