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자 주요 일간지 보도 가운데 큰 반응을 불러올 기사는 ‘조선일보 1면’이다. 이날 조선일보는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 김동원씨가 옥중에서 자사에 보낸 편지를 보도했다. A4 용지 9장, 7000자 분량이다.

기사 제목을 “드루킹 옥중편지 ‘김경수에 속았다’”라고 뽑았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민주당 전 의원)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뉘앙스다. 조선일보는 ‘팔면봉’에서 “지금은 국민 모두가 속고 있는 것일 수도”라며 속내를 비쳤다.

타 매체에 관련 기사가 없다는 점에서 김씨는 조선일보를 특정해 편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타 매체에서도 이 편지를 받았다면 일방의 주장을 그대로 싣는 것에 신중했을 수 있다.  

3면에서 조선일보는 “‘드루킹’ 김동원씨는 옥중 편지에 ‘탄원서’란 제목을 붙였다. ‘변호인에게 수차례 구술(口述)한 내용을 2018년 5월17일 기준으로 작성(정리)한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현 단계에서 이 글이 모두 진실인지 확인할 수 없으나 독자의 ‘알 권리’를 위해 게재한다”고 했다. 

진실인지 확인할 수 없으면서도 전문 요약본을 싣는 까닭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조선일보는 이번 지방 선거에서 김 전 의원 ‘검증’에 화력을 쏟고 있다.   

국내 최대 발행 부수를 자랑하고 보수 진영을 대표하며 김 전 의원과 대립각을 크게 세우고 있는 언론, 조선일보에 변호인을 통해 전한 드루킹의 옥중 편지. 6·13 지방 선거를 코앞에 둔 현재 드루킹과 조선일보 이해는 일치하고 있다. 조선일보 말마따나 현재 “이 글이 모두 진실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김 전 의원 지지자들은 그 이해를 ‘김경수 죽이기’로 해석할 것이다.

▲ 조선일보 2018년 5월18일자 1면.
▲ 조선일보 2018년 5월18일자 1면.
드루킹 “김경수에게 ‘매크로’ 직접 보여줬다”

먼저 1면을 살펴보면 김씨는 글에서 “2016년 10월 파주의 제 사무실로 찾아온 김경수 전 민주당 의원에게 ‘매크로’(댓글 조작 프로그램)를 직접 보여줬다”며 “(댓글 작업을) 허락해달라고 하자 고개를 끄덕였다”고 했다. 김 전 의원 승인을 받고 댓글 조작을 시작했다는 이야기인데, 사실일 경우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김씨는 이어서 댓글 작업 프로그램을 시연하자 김 전 의원이 “뭘 이런 걸 보여주고 그러나, 그냥 알아서 하지”라고 했다며 “(김 전 의원이) 흔적만은 남기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여러 명이 목격했으므로 발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김씨는 기사 댓글과 추천 수를 높이는 작업을 김 전 의원에게 보고했다고 했다. “(댓글) 작업한 기사 목록을 김 전 의원에게 ‘텔레그램’(보안 메신저) 비밀방으로 일일보고 했고, 김 전 의원이 매일, 적어도 저녁 11시에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인사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김 전 의원이 자신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그(드루킹)는 작년 4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후 선거를 도운 공으로 ‘문재인 선대위’에 측근 두 명을 추천했으나 한 명만 들어갔다고 했다”며 “들어가지 못한 한 명에 대해 김 전 의원 측은 작년 9월 오사카 총영사직을 제안했지만 이미 그해 5월 오사카 총영사 내정자가 따로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에서 사건 축소되는 느낌 느껴”

김씨는 검찰 수사 축소 의혹도 제기했다. 김씨는 “사실 저는 지난 한 달간 믿을 수 없는 경찰과 검찰, 특히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특검을 기다려 왔다”며 “그러나 어제 언론을 통해서 보도된 여야 합의 특검 내용과 최근 며칠 사이 저를 둘러싼 검찰 태도 변화는 ‘특검은 무용지물이며 검찰에서는 아무 것도 밝혀 낼 수 없을 뿐 아니라 사건을 축소하고 모든 죄를 저와 경공모에 뒤집어씌워 종결하려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경찰은 비교적 열심히 수사했으나 검찰에 왔을 때는 사건이 매우 ‘축소되는’ 느낌을 받았고 이에 관련해서는 제가 아직도 경찰, 검찰 조사 중이니 언급이 두렵다”며 “특검에서 이 부분을 꼭 수정 통과시켜 주시기 바란다.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10년의 어둠 속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서 민주 정권을 되찾고 싶었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모든 법적 책임을 지겠다”며 “더불어 이 사건의 최종 지시자이자 보고 받은 자이며 책임자인 김경수 의원도 우리와 함께 법정에 서서 죗값을 치르기를 권하는 바”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전문은 조선일보 홈페이지나 포털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조선일보 2018년 5월18일자 3면.
▲ 조선일보 2018년 5월18일자 3면.
옥중편지를 보도한 이는 김은정 조선일보 기자다. 앞서 김 전 의원은 명예훼손 혐의로 김 기자 등을 검찰에 고소했다. 

김 기자는 지난 15일 “김경수 요청에… 드루킹, 글 고쳐주고 지지 댓글도 달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전 의원이 대선 전 정치 관련 입장문을 인터넷에 올릴 때 ‘드루킹’ 김씨로부터 감수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김 전 의원은 “일부 언론의 왜곡, 허위 보도가 도를 넘었다”며 “사실과 다른 악의적 왜곡 보도와 허위 사실 유포에 앞으로도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드루킹 옥중편지’는 보수 신문과 종편을 중심으로 선거 기간 동안 김 전 의원을 압박하는 좋은 소재가 될 것이다. 일방의 주장인 데다가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진실이 확인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5·18 ‘패싱’하는 조선일보

‘드루킹 사건’에 주력하고 있는 조선일보는 18일자에서 5·18 38주년 보도를 사진 한 장으로 대체했다. 반면 이날 동아일보는 광주교도소에서 5·18 진상 규명 등을 요구하며 40여 일간 단식 투쟁을 하다가 숨을 거둔 박관열 열사에 대한 기획 보도 4편(“그가 떠난지 36년… 한국 민주화운동의 숨결로 남아”)을 마무리했다.

한겨레·한국일보·서울신문은 5·18 사설을 썼다. 서울신문은 “우린 앞으로 해마다 5·18 기념일을 맞아야 한다. 언제까지 지금처럼 진상 규명이나 책임자 처벌, 피해자 명예회복 같은 해묵은 의제에 매달릴 수는 없다”며 “문재인 정부는 지난 37년 동안 풀지 못한 이 과제들을 임기 내에 꼭 해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겨레는 “수십년간 광주를 고립시키고 우리 사회의 갈등을 조장해온 망언과 궤변이 더는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새로운 범죄 의혹이 제기되고 새로운 증언들이 잇따르는 만큼 전두환씨에 대한 법적 처벌도 다시 가능하다는 전문가들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2월 말 국회를 통과한 5·18진상규명특별법은 이런 의혹을 풀어갈 단초”라고 강조했다.

▲ 한겨레 2018년 5월18일자 사설.
▲ 한겨레 2018년 5월18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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