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동자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포털을 비판하는 회사와 달리 ‘저널리즘 생태계’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대광 전국신문통신노조협의회 의장은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전국신문노동조합협의회가 공동추최한 토론회에서 “신문사 사주들의 모임인 한국신문협회를 통해 주로 포털에 대한 언론의 입장이 나왔는데, 바람직한 형태는 아니다. 이런 대응은 창피하다”고 밝혔다.

종합일간지를 회원사로 둔 한국신문협회는 드루킹 논란이 불거지자 네이버에 ‘대가를 제공하는 아웃링크’가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신문협회는 포털의 독점 문제를 비판하면서도 소속 언론사가 주도해온 온라인 저널리즘 황폐화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 이봉현 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 저널리즘센터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 이봉현 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 저널리즘센터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한대광 의장은 “(포털에게) 돈을 더 받자는 식의 요구는 국민적 설득력을 얻을 수 없는 접근방식”이라며 “이 문제는 저널리즘에서 답을 찾아야 하고 독자와 함께 해야 한다. 사주들이 주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언론노동자들이 의견을 모아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 차원에서 온라인 저널리즘 황폐화를 견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주성 한국일보 기자는 “회사가 포털 클릭수 위주로 ‘실시간 검색어’ 기사를 쓰려고 하면 노조가 그러면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면서 “우리는 디지털국에 인턴기자를 두고 어뷰징을 시키지 않는다. 노조가 요구해서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계속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털 문제는 포털만의 책임은 아니다. 박영흠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언론은 포털로 인한 문제의 피해자이자 동시에 공범”이라며 “언론이 제 역할을 해왔다면 포털이 영향력을 갖고 이용자를 통제하는 전략이 유효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포털이 주도하게 된 과정에서  한국언론이 정파적 이해관계에 매몰돼 싸우고 자본권력에 굴종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웃링크가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1, 2기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을 지낸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대안언론이라고 불리는 매체조차 네이버에 제휴되기 위해 노력하고 나름의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애쓴다”고 꼬집었다.윤 이사는 “이 고민에 독자는 없다. 네이버 욕한다고 개선이 되겠나. 언론이 변해야 한다.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고민해야 하고, 이 토론회가 고민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포털이 언론의 유통을 독점한다는 비판 뿐 아니라 ‘디지털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봉현 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 저널리즘센터장은 “포털이 기술을 제약하고 있다. 언론사의 디지털 혁신 상상력을 제한한다”면서 하이퍼링크가 인터넷의 핵심 기능인데 포털 기사에는 빠진다. 스노우폴같은 실험을 해도 포털에 걸리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주성 한국일보 기자도 “포털에는 인터랙티브 기사의 임베딩(유튜브 영상을 기사에 넣는 것처럼 다른 곳의 서비스 기능을 옮겨서 노출하는 것)이 제거된다. 며칠동안 고민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보이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포털은 언론사가 기사에 붙인 링크를 차단하고 그래프를 클릭하면 반응하는 등의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수용하지 않고 글과 사진 위주로만 기사를 유통하고 있다. 유통을 독점한 포털이 인터넷의 개방성을 막고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저널리즘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 

독자와 제대로 소통하지 않는 점도 문제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포털이 신문처럼 독자편집위원회를 꾸리는 식으로 제대로 독자를 만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면서 “온갖 위원회만 자꾸 만들어서 책임을 떠넘길 뿐 이용자 관점에서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