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 1년이 지나면서 옛 여권도 언론과 권력, 언론의 역할을 진단하는 자리가 열렸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실과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 박재완)은 17일 오후 국회에서 ‘언론의 올바른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대체로 언론이 현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인식했다.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어떤 정권이든 언론을 이용 내지 통제하려할 수밖에 없다’는 전제에서 역대 정권의 언론 통제 양식이 어떠했는지 분석했다. 황 교수는 주로 현 여권 내지 진보 성향 학자의 글을 많이 참고했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김대중 정부는 언론을 크게 통제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처음으로 정권을 교체했는데 언론 친화력이 없던 상황에서 언론 자율성을 강조했다”고 했다. 다만 “방송위원회를 설치해 공영방송 이사를 여·야가 나눠먹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현 방송법 개정안이 논란이 되는 이유도 공영방송 이사를 정치권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에 있다.

▲ 17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황근 선문대 교수. 사진=이치열 기자
▲ 17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황근 선문대 교수. 사진=이치열 기자

황 교수는 노무현 정부가 신문법 개정 등의 방식으로 언론을 통제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신문사 세무 조사를 하고 사주들을 재판에 넘겼다”며 “이후 신문법을 개정해 소위 ‘조중동’을 압박했는데 조중동 등 메이저 신문의 점유율을 줄이는 게 핵심이었다”고 분석했다.

황 교수는 “신문은 인허가제를 없애는 게 추세이니 언론을 통제한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며 “결국 신문법 제15조 3항 신문겸영금지 조항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고 일부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은 위헌 결정이 났다”고 덧붙였다.

방송의 경우 사장뿐 아니라 조직 전체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황 교수는 “중간 간부급이 견고하게 수직 계열화 돼 있으니 직급을 폐지하고 팀제를 만들었다”며 “한 팀에 200명이 넘는 팀도 나왔는데 정연주 전 KBS 사장이 팀제를 큰 성과라고 했다”고 말했다.

노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황 교수는 “말지, 한겨레 등 진보 성향 언론사에서 경력직 직원을 대거 뽑았고 이들이 언론노조 KBS본부의 핵심”이라며 “이를 진보 학자들은 후견주의라고 하는데 국가가 언론사의 후견인이 되고 언론은 국가에 충성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해선 무리하게 언론을 통제하려 했다고 평가했다. 황 교수는 “사장과 이사진만 바뀌었지 아래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며 “박근혜 정부 내내 좌파(성향) 프로그램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종합편성채널에 대해서도 “본질적으로 한국 언론사는 후견인 시스템으로 성장해 당시 정권에 충성하지만 정권이 넘어가면 힘 있는 쪽에 붙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현 정부는 이런 것을 알기 때문에 공영방송 사장부터 모든 조직 자체를 노조를 통해 확실하게 뭉칠 수 있도록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여당이 야당 시절 내놓은 방송법 개정안을 반대하고 있다”며 “(민주당 안대로) 방송법이 통과되면 여야가 합의를 봐야 하는데 보수 야당이 아무리 마음이 좋아도 (방송법이 통과되면) 노조위원장 출신이 사장이 되겠느냐”고 여당의 입장 변화를 분석했다.

▲ 17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영 전 뉴데일리 편집국장. 사진=이치열 기자
▲ 17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영 전 뉴데일리 편집국장. 사진=이치열 기자

정부가 재승인 등으로 종편을 규제할 수 있으니 종편도 문재인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게 황 교수 생각이다. 김영 전 뉴데일리 편집국장도 “강력한 힘에 의해 언론 스스로 알아서 기는 것”이라며 이를 “예측 복종”이라고 표현했다.

언론인이 정권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김 전 국장은 “요즘 20대 어린애들이 국회를 다니며 기사를 쓰는데 기자인지 대필자인지 모르게끔 기사를 쓴다”며 “그러니 기사가 그 수준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험이 없는 저연차 기자가 제대로 된 관점을 잡지 못한 채 기사를 쓴다는 뜻이다.

현 KBS 이사이자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를 지낸 차기환 변호사 역시 “특히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 인민민주주의 이런 걸 다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 17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차기환 변호사. 사진=이치열 기자
▲ 17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차기환 변호사. 사진=이치열 기자

한 예로 그는 “실제 독일에선 나치를 찬양하면 체제 위협 여부를 불문하고 처벌하는데 한국에서는 김일성 주체사상 관련 내용을 유포해도 체제에 위협이 없으면 처벌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차 변호사는 야당의 대여론 전략을 문제 삼았다. 차 변호사는 “좌익 정당은 시민사회에서 문제를 제기해 그 사안이 보도되면 정치권으로 끌고 오고 이슈가 되면 또 보도가 나간다”며 “우익 정당은 명망가 정당이라 외곽 시민단체가 없고 자유한국당의 경우 이슈화하는데 있어 관련 예산이나 담당자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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